(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보험·카드·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도 블라인드 면접과 임직원 추천제를 폐지하는 내용의 채용 모범규준을 도입한다. 다만 필기시험과 채용과정에서의 외부인사 참여 등은 배제할 전망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2금융권은 각 업권의 금융협회를 중심으로 이 같은 내용의 채용비리 모범규준을 마련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여신금융협회는 채용 모범규준을 도입하기로 하고 회원사인 주요 카드사들로부터 정규 신입 직원 공채에 적용할 채용 방법에 대한 의견 수렴을 진행 중이다.

저축은행중앙회도 주요 저축은행의 채용 실태에 대한 전수조사를 시작했으며 조만간 테스크포스(TF)를 꾸려 본격적인 채용 모범규준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도 모범규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하고, 오는 18일 은행연합회 채용 모범규준안이 확정되고 나면 업계 의견 수렴 절차를 시작하기로 했다.

2금융권의 채용 모범규준 도입은 금융감독원이 불씨를 당겼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 4일 6개 금융협회장과의 간담회에서 "은행권에서 마련한 채용절차 모범규준을 금융투자나 보험 등 다른 금융권에도 확산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금감원은 각 금융협회에 구체적인 절차를 시작해 달라는 의견을 다시 한 번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2금융권은 은행연합회의 채용 모범규준안을 참고하되, 각 업권별 특성을 고려해 자체 채용절차 모범규준을 마련할 방침이다.

우선, 2금융권은 은행 채용비리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이었던 성별, 출신학교, 출신지 차별 금지를 위해 블라인드 면접을 도입할 예정이다. 또 임직원 추천제를 폐지해 지원자의 역량과 무관한 요소로 인한 차별도 금지할 방침이다.

또 각 회사의 감사부서 또는 내부통제 담당자가 채용 전 과정에 참여하고 청탁 등 부정행위에 대한 의심이 있는 경우 신고·제재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부정 입사자에 대해서는 채용을 취소 혹은 면직 처리하고 채용비리에 연루된 임직원에 대한 징계 절차 마련 등 큰 틀에 대해서도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권에 전면 도입하기로 한 필기시험과 외부인 참여 면접 등의 방식은 도입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한 금융협회장은 "2금융권 회사들의 채용규모는 평균 10~20명 정도에 불과한데 필기시험 도입 시 비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외부인 참여도 어느 정도 규모가 되어야 진행하는 데 현재 상황에서는 힘들다"고 말했다.

다른 협회장도 "필기시험 도입이나 외부인 면접 등은 아직 2금융권에 적용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면서 "은행연합회의 채용 모범규준 마련 취지에 부합하는 전체적인 큰 틀은 함께 간다는 입장이지만 세부적인 부문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2금융권의 경우 은행계와 기업계, 외국계 특성이 확연히 달라 공통된 기준을 마련하기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예를 들어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카드 등 삼성그룹 금융계열사는 그룹 공통으로 진행하는 채용과정이 있고 외국계 회사들은 글로벌그룹 규준에 따라 채용을 진행해 국내 금융회사들의 사정과 다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사고가 한 번 터지면 일단 새로운 규정을 마련해 수습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하는 데 급급한데 이번 채용 모범규준 마련도 비슷하다"면서 "얼마나 실효성 있는 안이 나올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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