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서울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비둘기파적으로 해석된 유럽중앙은행(ECB) 회의 결과로 달러-원 환율이 1,090원대에 들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미국 금리 급등 우려에 1,098원 선까지 잠시 뛰었던 2월 상순을 제외하고, 좀처럼 넘어서지 못했던 1,085원 선을 이날 웃돌 것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거치면서 달러-원 상단을 제한했던 원화 강세 재료가 소진됐기 때문에 향후 방향은 위로 봐야 한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A 외국계 은행은 외환딜러는 15일 "유로가 예상보다 많이 빠져 당황스럽다"며 "시장에 위험자산회피(리스크오프) 분위기가 생겼다"고 진단했다.

이 딜러는 "어제는 수출업체 네고 물량이랑 수입업체 결제 물량 등이 충돌했다"며 "1,080원대 중반 아래의 매물 벽이 소화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는 "네고 물량이 많지 않을 수 있어서 1,090원대를 진입 시도할 수 있다"며 "레인지 상단이 뚫리지 않았나 한다"고 말했다.

이어 "1,090원대에서 업체들 움직임을 봐야겠지만, 추세가 바뀐 것 같다"고 덧붙였다.

B 외국계 은행 딜러는 "분위기가 점점 익어가고 있다"며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우려가 격화한다면 리스크오프 분위기가 더 강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딜러는 "올해 1,080원대 후반은 가보지 않은 곳으로, 네고 업체들도 팔아보지 못한 레벨"이라며 "얼마나 적극적일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미 정상회담 등의 이슈가 끝났으니 우리나라는 이제 이머징 통화로 돌아온 셈"이라고 평가했다.

C 은행의 딜러는 "유로가 너무 많이 밀렸기 때문에 1,090원은 찍을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네고 물량이 많고 포지션도 정리될 수 있으니 종가는 그 아래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 딜러는 "북미 정상회담 이슈에도 달러-원이 많이 하락하지 않았다"며 "아래쪽 재료는 소진됐다. 이제 방향은 위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달 말이나 내달 초쯤이면 박스권 흐름이 깨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반면 1,080원대 초반까지 밀릴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1,080원대 중후반에 걸쳐 있는 네고 물량 등은 롱 심리를 진정시킬 것"이라며 "기존 롱 포지션 차익 시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민 연구원은 "1,080원대 후반 저항선을 테스트한 뒤 1,080원대 초반에서 마감할 것"이라며 "ECB가 구체적인 출구전략을 제시했고, 유로존 첫 금리 인상 시점이 내년 중반이라는 점에서 유로 약세는 일시적"이라고 진단했다.

dd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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