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한용 기자 = 미국과 유럽이 통화정책 정상화에 속도를 내면서 최근 이슈로 떠오른 신흥국 위기설이 현실화할지에 시장 참가자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김동연 기획재정부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가 가속화하면 신흥국의 금융불안이 확대될 수 있다"며 "주요국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가속화하는 상황을 면밀히 보면서 만전을 다해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가 이런 발언을 내놓은 이유는 이번 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유럽중앙은행(ECB)이 자산매입 규모를 축소하기로 하는 등 주요국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연준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열린 6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1.75~2.00%로 25bp 인상했다. 이로써 한미 정책금리 역전 폭은 50bp로 벌어졌다.

연준의 점도표에서는 올해 기준금리 인상 횟수에 대한 전망이 네 차례로 상향 조정됐다. 15명 위원 중 8명이 네 번의 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지난밤 열린 ECB 통화정책회의에선 모든 정책금리를 동결하고, 현 금리 수준을 적어도 2019년 여름까지 유지하겠다는 결론이 나왔다.

ECB는 그러나 월 300억 유로의 자산매입을 9월 말까지 유지한 후 10월부터 150억 유로로 줄이고, 연말에 종료하기로 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주요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행보로 취약 신흥국이 흔들릴지 여부로 옮겨가고 있다.

우리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주변 신흥국에서 시작된 위기가 국내에 전이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 딜러는 "한미 정책금리 역전폭 확대가 곧바로 국내에서의 외국인 투자자 자금 유출을 촉발하진 않을 것"이라며 "다만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에 취약 신흥국이 흔들리면서 '긴축발작'으로 이어지는 등의 위험에 노출될 순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나 시장 참가자들은 그러나 당장 신흥국 위기 상황이 현실화돼 국내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하진 않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아르헨티나 등 일부 신흥국이 불안한 모습을 보였는데, 이는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높은 국내 금융시장에 자금이 들어오게 하는 재료가 될 수 있다"며 "외국인들의 원화채권 투자 동향 등을 감안할 때 신흥국 위기설이 큰 파급력을 가질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기준 외국인의 상장채권 결제 기준 원화 채권 투자잔액은 107조370억 원이다. 외국인의 원화 채권 투자잔액은 이달 1일에는 108조7천172억 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증권사 채권 딜러는 "미국과 유럽의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이번 주가 신흥국 위기설이 피크에 달하는 시점"이라며 "시장이 이 고비를 큰 탈 없이 넘기면 당분간 신흥국 위기설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성희 JP모건 서울지점 대표, 한승수 모건스탠리 서울지점대표, 배현기 하나금융연구소장 등 시장 전문가들은 이날 윤석헌 금융감독원장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한미 정책금리 차이가 최대 100bp까지 역전되더라도 감내할 수 있는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또 일부에서 우려하고 있는 바와 같은 대규모 자본유출은 일어날 가능성이 적다고 내다봤다.

다만 최근 아르헨티나, 터키, 브라질 등 일부 신흥국의 금융불안이 확산할 가능성과 중국과의 교역량 등을 고려할 때 향후 중국 리스크가 주요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hylee@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