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민재 기자 = 국내 정유업계가 원유도입선 다변화를 강화하고 있다.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고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증산을 둘러싸고 논란이 있는 가운데 정유사들이 안정적인 원유공급을 통해 정제마진을 높이기 위한 조치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15일 대한석유협회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지난해 1~10월 중동에서 수입한 원유는 약 7억6천만배럴로 아시아와 아프리카, 유럽, 아메리카 등을 포함한 전체 수입량의 83.2%에 달했다.

이는 전년도인 2016년의 85.9%보다 소폭 줄어든 수준이다.

최근 중동지역은 미국의 이란 핵협정 탈퇴 발표 등으로 지정학적 리스크 높아졌고, 이에 따라 국제유가 변동성도 커진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중동에 의존하던 국내 정유사들이 공급처 다변화에 나섰다. 원유를 원하는 시기에 적절한 가격으로 구매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미국 정부의 원유수출 금지조치가 지난 2015년 말 해제되는 등 대외적인 요인도 원유 공급선 확대에 일조했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에너지는 올해 1분기에 미국산 원유도 300만배럴 정도를 도입한다고 밝힌 바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북미 외에 중남미, 유럽 등에서도 수입 비중을 늘리는 등 포트폴리오 재구성에 나섰다.

지난 2016년 말 미국산 원유 200만배럴을 수입했던 GS칼텍스는 올해도 275만배럴을 미국으로부터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206만배럴의 미국산 원유를 수입했고, 필요시 추가로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정유업체가 생각하는 지역은 미주 외에 러시아, 북유럽, 아프리카 등이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의 중동 원유 수입비중은 76%에 이르는데 최근 OSP(공식판매가격)가 배럴당 2달러까지 상승하며 정제마진이 훼손되고 있다"며 "국내 정유업체들은 에너지 수입처를 다변화하지 못해 가격에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원유를 수입하면서 가격 등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실제로 전일 기준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74.31달러로 브렌트유 가격인 배럴당 75.94달러와 차이가 거의 없다. 반면, 미국의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지난달 말 70달러 선 밑으로 급락하며 배럴당 66.98달러를 기록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최근 위기 상황 속에서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을 낮추고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경제성을 고려해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등으로부터 원유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mjlee@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