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ㆍ김정태 칼날 피해…함영주 현직 행장 유일 기소

국민ㆍ하나銀, '남녀차별' 혐의로 기소

은행권 '안도' 속 긴장…실무자 기소 "안타깝다" 반응도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최욱 기자 = 금융권에 큰 충격파를 안겼던 시중은행 채용비리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7개월만에 마무리됐다.

전ㆍ현직 행장 4명을 포함해 40여명이 재판을 받게 되면서 향후 치열한 법정공방이 예상된다.

그간 채용비리의 정점에 섰을 것이란 의심을 사 온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기소 대상에서 제외돼 한시름을 덜게 됐다.

검찰은 17일 은행권 채용비리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우리ㆍKEB하나ㆍ국민ㆍ부산 ㆍ대구ㆍ광주은행 등 6개 은행의 임직원 40명을 기소했다. 12명은 구속기소했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 부산은행, 대구은행 등 4개 은행의 전ㆍ현직 행장도 기소됐다.

본부장 이상 임원급 인사는 14명, 인사담당 부장과 팀원 등 실무급 인사는 18명이 기소됐다.

법인으로는 양벌규정에 따라 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이 남녀고용평등법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이 들여다본 채용비리 기소 대상 건수는 총 695건.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각각 368건과 239건의 사례가 기소 대상에 포함돼 검찰의 채용비리 수사 대부분을 차지했다.

특히 은행 내ㆍ외부 고위관계자의 청탁(국민 131건ㆍ하나 203건)과 임직원 자녀(국민 12건ㆍ하나 19건), 성차별 채용이 문제가 됐다.

국민은행은 조직 내부에 굳어진 채용비리 문화로 청탁도 없었던 부행장의 자녀와 동명이인인 지원자의 논술점수를 조작한 사례가 적발됐다.

서류전형에서 여성 합격자의 비율이 높자 남성지원자 113명의 등급 점수를 상향 조정해 합격시키기도 했다.

하나은행은 청탁대상자 명부를 작성해 채용절차가 마무리될 때까지 지속해서 관리한 정황이 확인됐다.

내부적으로 남녀 채용비율은 4대1로 사전 설정해 성별에 따라 별도 커트라인을 적용하기도 했다.

부산은행은 기관영업 과정에서 시ㆍ도금고 유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관계자의 자녀를 부정 채용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번 수사를 통해 은행 인사부서가 채용비리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법인을 제외한 입건자 38명 중 26명(68%), 구속자 12명 중 7명(58%)이 전ㆍ현직 인사업무 담당자로 드러났다.

외부 인사는 물론 은행장과 전ㆍ현직 임직원, 노조위원장 등 내부 인사의 만연한 인사 청탁과 성별ㆍ학력에 의한 차별 채용, 로비를 위한 채용 등 그간 관행으로 여겨온 은행권 채용비리 민낯이 고스란히 확인됐다는 게 검찰 측의 평가다.

이에 검찰은 지난 5월 이첩된 신한은행 등 신한금융그룹 계열사를 포함해 은행권 전반의 채용비리 수사를 엄중히 마무리할 방침이다.

이날 검찰의 중간수사 결과가 발표되자 은행권은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현직 회장은 물론 행장 다수가 기소를 피한 데다, 앞서 금융감독원의 검사 결과 이상으로 사태가 악화하진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주사 회장에 대한 검찰 조사가 참고인 수준에 그쳤고, 시중 은행장들도 구속되는 사태는 막았다"며 "반길만한 결과는 아니지만, 최악의 상황을 피하면서 사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든 모습"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은 법인 차원의 기소가 진행된 만큼 현재 법무팀과 로펌을 통한 대응방안 마련에 착수한 상태다.

우선 앞으로의 재판 과정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치열한 법정공방이 장기화할 수 있는 만큼 조심스럽다는 입장도 전했다.

현재 기소가 결정된 은행 임직원들도 개별로 앞으로의 재판을 준비 중이다.

은행권 일각에선 안타깝다는 지적도 나온다. 책임자가 아닌 실무급 인사의 경우 예기치 않게 채용비리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개인의 재판에 은행이 조직 차원에서 인적·물적 지원을 해줄 수는 없다"며 "추후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무혐의로 처분된다면 업무상 발생한 일인만큼 지원방안을 찾아볼 수 있지만 현재로썬 개인이 책임져야 해 안타깝다"고 귀띔했다.

jsjeong@yna.co.kr

wchoi@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