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이달 말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하 기촉법)이 일몰되지만 시한 연장을 위한 국회의 입법은 여전히 요원한 상황이다.

이에 대비해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채권은행 협약을 재정비하고 있다. 기촉법과 달리 강제성이 없지만 구조조정의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현재로썬 가장 현실적인 대비책이다.

1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권은 기촉법 실효에 대비하기 위해 모든 금융기관이 참여할 수 있는 채권금융기관 협약 제정을 위한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이다.

기존 채권은행 운영협약을 개정해 기업의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과정에 채권은행 간 이해를 조정하는 절차에 곤란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최소화하도록 했다.

2001년 8월 제정된 기촉법은 그간 한시법 형태로 운영되며 5번에 걸쳐 재입법과 기한 연장이 이뤄졌다.

하지만 연장과 재입법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지난 2006년 1월부터 약 2년간, 2011년과 2016년에 각각 4개월과 2개월씩 기촉법이 실효된 바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과거에도 금융기관 간 협약이 기촉법의 빈자리를 대신했지만, 강제성이 없어 기업의 구조조정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기촉법의 공과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는 부분이 있지만 원활한 구조조정을 위해선 없어서는 안 되는 법"이라고 말했다.

이번 채권은행 협약은 정부가 2016년 3월 제정한 신(新) 기촉법을 바탕으로 개정된다.

당시 정부는 중소기업의 원활한 구조조정을 돕고자 총 신용공여액이 500억원 미만인 중소기업을 제외했던 기촉법 범위를 모든 기업으로 확대했다. 채권 금융기관에도 공제회나 기금, 외국 금융기관 모두를 포함했다.

채권단 입장에선 '워크아웃'의 법적 근거인 기촉법이 유지되면 좀 더 수월하고 정형화된 절차에 따라 구조조정을 진행할 수 있다.

반면 자율협약은 채권단 구성원 모두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만큼 중소기업 중에서도 생존 가능성이 큰 기업이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당국이 기촉법 연장 필요성을 주장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일단 금융당국은 이달 임시국회에서 기촉법 연장안이 통과되길 기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은 지난 4월 기촉법 시효를 오는 2020년 6월까지 2년 연장하는 법안을 대표로 발의했다.

하지만 20대 국회가 후반기 원 구성 협상을 시작조차 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달 예정된 임시국회에서 기촉법이 통과되긴 어려울 것으로 금융권은 내다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원 구성을 끝내야 상임위 구성도 할 수 있을 텐데 사실상 기촉법 연장은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기국회에서라도 통과돼 실효 기간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고 내다봤다.

이달 말 기촉법이 사실상 실효될 것으로 내다보는 일각에선 기촉법을 폐지하고 친시장적인 구조조정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 국회 관계자는 "기촉법을 바탕으로 한 워크아웃이 사적인 영역에 있지만 당국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개별 기업 구조조정에 관치금융이 영향을 미치는 셈"이라며 "신속한 구조조정을 내세워 당국이 기촉법이란 손쉬운 방법에 함몰돼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중소기업들도 일단은 워크아웃의 토대가 되는 기촉법의 공백이 최소화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소기업 관계자는 "기업의 사정에 맞는 구조조정 대안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일단은 기촉법이 연장돼야 한다"며 "다만 기업의 이의제기 과정이나 재평가 기간 등은 추가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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