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미국과 중국과의 무역 합의가 사실상 결렬되면서 시장은 다음 타깃으로 북미자유무역협정 (NAFTA· 나프타)이 폐기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주요 기술 제품 500억 달러 상당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히면서 기존 무역 합의를 무효로 만들었다.

중국은 즉각 반발하며 같은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동일한 관세를 부과한다고 공격해 무역전쟁의 서막을 알렸다.

이 소식에 미국 중장비업체 캐터필러의 주가는 2%가량 하락하고, 농기계업체 디어앤코의 주가는 1%가량 떨어졌다. 미국 항공사 보잉의 주가도 1.3% 하락하고 US스틸의 주가는 4.2% 급락했다.

TD증권의 마크 맥코믹 북미 외환 전략 담당 헤드는 미국의 이번 조치는 미국이 정말로 '미국 우선주의'를 수용하고 있음을 전 세계에 강하게 시사하는 것이라며 "이는 글로벌화에 부정적일 뿐만 아니라 주식과 위험 자산에도 부정적이다"라고 말했다.

애널리스트들은 미·중 무역 합의 결렬에 이어 나프타마저 위태로워질 경우 글로벌 무역전쟁이 확산해 이 영향으로 멕시코와 캐나다 자산은 물론 신흥시장 통화와 원자재 통화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나프타가 폐기될 경우 미국에 상장된 자동차, 농산품, 기계류 관련주에도 타격을 줘 미국 주가도 휘청거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달 초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보좌관 겸 국가경제위원장은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나프타 협상에서의 변화를 매우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면서 "지금 그가 선호하는 것은 실제로 멕시코, 캐나다와 별도로 협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나프타 협정을 폐기하고 멕시코, 캐나다와 별도 합의를 끌어내겠다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특히 나프타 전면 개정을 위한 미국, 캐나다, 멕시코 삼국 간 재협상이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협상 폐기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나프타로 인해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 등과 같은 미국 자동차업체들은 생산지를 임금이 상대적으로 싼 멕시코로 이동시켜왔다.

하지만 협정이 폐기돼 멕시코 등과 같은 저임금 생산처를 잃어버릴 경우 미국 자동차업체들은 아시아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경쟁력을 잃을 위험이 있다.

농산물업체와 산업 제조업체들의 어려움도 예상된다.

미국은 작년에만 캐나다와 멕시코로 약 430억 달러어치의 식품을, 850억 달러 어치 기계류를 수출했다.

나프타가 폐기될 경우 미국 주류회사 '콘스털레이션 브랜즈'나 농산물업체 '아처 대니얼스 미들랜드'같은 기업들의 이익 마진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WSJ은 경고했다.

보야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가린 카바노 선임 시장 전략가는 "설사 이 협정이 미국에 더 좋은 어떤 것으로 대체되더라도 협상에 시간이 걸려, 투자자들에게 불확실성을 가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들어 멕시코 페소화는 미 달러화에 4.7% 하락했고, 캐나다달러도 미 달러화에 4.6% 떨어지는 등 이미 멕시코와 캐나다 통화는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

RBC 웰스 매니지먼트의 앨런 로빈슨 글로벌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나프타 협상이 폐기될 가능성을 연초 10%에서 25%로 올렸다고 말했다.

토론토의 글러스킨 쉐프 플러스 어소시에이츠의 애널리스트들은 나프타 협정이 양자협정으로 교체될 가능성을 40%로 보고 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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