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18일 일본에서 대규모 지진이 발생했다는 소식에도 엔화는 제한적인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과거 대규모 재해 발생 시 엔화가 즉각 강세를 나타나면서 '지진=엔고'라는 인식이 생겨났지만 이번에는 이와 같은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재해 이후 경제 회복에도 영향을 끼쳐왔던 '지진=엔고'설의 근거가 부족하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후 4시 7분 현재 달러-엔 환율은 뉴욕 전장 대비 0.05엔(0.05%) 하락한 110.56엔을 기록했다.

이날 오전 7시 58분께 일본 오사카부(大阪府)에서 규모 6.1로 추정되는 지진이 발생했다는 소식에 달러-엔은 장중 110.30엔까지 밀렸으나, 오후 들어 낙폭을 점차 줄였다.

과거에는 대규모 지진 이후 엔화 가치가 급등하는 움직임이 반복됐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당시 달러당 엔화 가치는 5영업일 만에 7엔 급등해 한때 76.25엔을 기록했다. 1995년 한신 대지진 이후 엔화 강세가 진행됐다는 경험칙도 작용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이처럼 재해가 발생했을 때 엔화가 강세를 보이는 것은 일본 기업과 금융기관이 외화자산을 팔아 엔화 자금을 확보해두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퍼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주목한 헤지펀드 등 투기세력들이 매수에 가담하면서 엔화 강세를 더욱 부추겨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신문은 사후적으로 봤을 때 이와 같은 관측이 잘못됐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지진 피해 보험금의 경우 지급 총액 크기에 따라 정부와 민간이 부담하는 제도라며, 그 상한은 현재 11조3천억 엔이지만 이 가운데 손해보험사 등 민간 부문이 부담하는 액수의 상한은 1천732억 엔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대부분 국가가 부담하는 구조인 셈이다.

이어 신문은 재해 발생에 대비해 국가와 민간이 준비금으로 1조6천600억 엔(이 가운데 민간 부분은 3천143억 엔)을 적립하고 있으며, 이 준비금은 대부분 엔화로 운용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 때문에 민간 보험사가 재해 직후 보험금 지급을 위해 외화 자산을 급하게 팔아치울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얘기다.

신문은 민간 보험사가 준비금 일부를 해외 자산으로 운영했다가 이를 매각한다고 해도 수천억 정도 수준으로, 전체 환시 거래 규모를 고려할 때 '바닷물의 한 방울'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단기간에 달러당 엔화 가치를 10엔 가까이 끌어올릴 정도의 힘은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미즈호은행은 "'지진이 발생하면 엔화는 강세'라는 인식은 시장 경험칙의 일종으로 그 자체로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j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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