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미국 주식 시장이 미·중 무역마찰 장기화 가능성을 반영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19일 보도했다.

18일(미국시간)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5거래일 연속 하락했고 장중 한때 이달 들어 두 번째로 큰 낙폭을 기록했다.

신문은 많은 미국 증권사 이코노미스트와 전략가들이 미래에 대해 낙관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지만, 일부 투자자들은 본격적인 무역전쟁을 예상하고 패자를 주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시장의 표적이 된 것은 반도체 관련주였다.

오닐 시큐리티즈의 케니 포칼리 트레이더는 고객에게 보낸 서신에서 최근 월가의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포칼리 트레이더는 "지난 몇 주간 투자자와 트레이더, 전략가들은 무역전쟁이 실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걱정 없다'고 말해왔으나 (15일 미국의 대중 관세 부과 발표와 중국의 보복 선언으로) 시장은 다른 무엇인가를 가정하기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우 지수는 18일 오전 한때 전주말 대비 264.71포인트 하락했다. 이후 서서히 낙폭을 줄이긴 했지만 5일 연속 하락해 4월 말 이후 가장 긴 하락세를 나타냈다.

신문은 대중 제재가 경제 성장률에 끼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견해가 여전히 많으나, 최근 가격 변동에는 낙관적인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날 미국 증시에서 화제가 된 것은 반도체주였다.

인텔 주가는 한때 전주말 대비 약 5% 급락해 1개월 반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브로드컴은 2% 하락으로 마감했다.

반도체 장비 업체에도 매도세가 퍼져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주가는 4월 말 이후 최저 수준까지 밀렸다.

지난 15일 미국 정부가 발표한 추가 관세 대상 최종 리스트가 반도체 관련주 급락의 요인이 됐다. 관련 리스트에는 중국 정부가 산업 고도화를 위해 설정한 '중국 제조 2025' 전략 관련 상품이 포함됐다. 내달 6일부터 실시되는 품목 리스트에 새로 추가된 것이 반도체 관련 장비다.

하지만 니혼게이자이는 이번 조치가 되레 미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저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제 분업으로 반도체 조립과 검사 등 최종 공정이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에서 이뤄지고 있어 추가 관세는 결국 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지난주 반도체협회는 반도체의 복잡한 공급사슬을 탓에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는 결국 미국 내 기업에 대한 관세로 귀결될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반도체 수요지로도 중요한 지역이라 인텔 등의 미국 업체들이 현지에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신문은 향후 중국으로부터 보복 조치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미국 컨설팅 회사인 세미콘덕터 어드바이저스는 "미국 행정부는 이달 말까지 미국 반도체 제조 장비의 수출 제한 조치를 내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미국산 장비에 의존하고 있어 장비 수출이 기술 유출을 주도하고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는 어플라이드와 같은 장비 업체 주식의 매도로 이어졌다.

신문은 반도체 종목에서 나타났던 '패자 찾기'가 광범위하게 시작되면 미국 주식 시장의 상단이 제한될 것으로 전망했다.

j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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