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한용 기자 = 5월 취업자 수 증가 폭이 8년 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경기 상황이 악화하는 데 대한 우려가 정치권으로까지 확산해 기준금리 인상과 관련해 한국은행의 입지가 더욱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전일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고용 쇼크' 등을 거론하며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다고 지적했다.

홍 원내대표는 "지난주 미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미중 간 무역전쟁이 재발하고 있다"며 "우리 기업들이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국내 가계의 빚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5일에 '5월 고용동향'이 발표됐다"며 "신규 취업자 증가 폭 7만2천 명, 청년 실업률 10.5%라는 일자리 성적표에 대해 집권여당으로서 뼈아프게 생각한다"고 자책했다.

그는 "지금 일자리 문제는 조선, 자동차 등 제조업종의 구조조정, 기존 주력산업의 고용창출 한계, 생산인구 감소와 같은 구조적 원인이 얽혀있다"며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등 관련 부처들이 현재의 비상상황을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당에서도 현 경제 상황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동철 바른미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전일 비대위 회의에서 "고용 관련 통계를 보면 쇼크 단계를 넘어 가히 재앙이 됐다"며 "기업 하기에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일자리가 생기기 때문에 혁신성장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가 규제개혁, 노동개혁에 직접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정치권에서도 현 경제 상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작년 11월 6년 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한 데 이어 추가 인상 시점을 저울질하는 한은은 또 하나의 부담을 안게 될 전망이다.

김광두 국민경제자문위원회 부의장의 경기침체 발언 이후 국내 주요 경제연구소와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이 경기 하강론을 제기하고, 고용 쇼크로 정부와 정치권까지 경기와 관련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상황에서 한은이 금융안정 측면만을 고려해 독자노선을 고집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증권사 딜러는 "일각에선 한은이 빠르면 3분기에도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고용과 물가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할 때 연내 금리 인상이 쉽지만은 않다는 시각이 점차 힘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딜러는 "정치권, 특히 집권당에서 고용 등 경제 상황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나왔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며 "금융통화위원회 내에서도 고용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있는 만큼 위원들이 이 문제를 염두에 두고 통화정책을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20일 고위 당정청 회의를 열고 긴급한 경제노동현안 등을 집중점검 할 방침이다. 또 당 차원의 '경제민생TF'를 가동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도록 당이 중심적인 역할을 할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 15일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주재로 고용노동부·중소벤처기업부·일자리수석 등이 참여하는 '고용 관련 긴급경제 현안간담회'를 열어 대응책을 논의했다.

정부는 일단 기존에 발표했던 대책을 내실 있게 추진하고, 혁신성장을 본궤도에 올려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h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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