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아르헨티나와 터키 등 일부 신흥국의 금융시장 불안이 신흥국 전반에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우수한 대외건전성 덕분에 외국인 자본이 대규모로 유출되지는 않겠지만, 신흥국 불안이 커지면 순 유입 기조의 자본 흐름이 유출로 돌아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19일 중구 한은 본관에서 출입기자단 간담회를 열고 "근래 외국인 증권 투자자금을 보면 주식은 유출입을 반복하고 있지만, 채권을 중심으로 전체적으로 꾸준한 유입세"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의 금리 인상 속도, 무역분쟁 확대 등으로 취약 신흥국 불안이 더 확산하지 않을까 걱정한다"며 "그러면 외국인 자금 유출입에 분명히 영향을 주게 되고, 자본 유입이 유출로 바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신흥국 금융불안이 확산하면 국제투자자들의 리스크 민감도가 커지면서 가격변수의 변동성이 수시로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총재는 "유출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만 경제 여건과 경상수지 흑자, 양호한 대외건전성을 고려하면 서든스톱(sudden stop)이나 대규모 자본유출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무디스는 어제 한국 신용등급을 유지하면서 우리 경제의 대외충격에 대한 높은 복원력을 거론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지난주 후반부터 뛰고 있는 달러-원 환율에 대해 그동안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 기대에 따른 원화 강세가 되돌려지는 과정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4월부터 달러-원 환율은 북한 리스크 완화에 상대적으로 강세였다"며 "지난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유럽중앙은행(ECB) 이후 글로벌 달러 강세, 미중 무역분쟁 확대 우려에 1,100원대로 빠르게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국제금융시장은 변동성이나 불안정성이 큰 상황"이라며 "국내 금융·외환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의 경제 규모와 위상을 고려할 때 양국 무역갈등은 세계 성장 및 교역은 물론 우리 경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언급했다.

dd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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