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최정우 기자 = 미중 무역분쟁에 술렁이던 외국인이 점점 매도세를 키워가면서 국내증시가 크게 휘청거리고 있다.

외국인 자본유출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던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우려의 수위를 높인 가운데 주식시장에서도 자본유출이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19일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2천159억원의 순매도를 보였다. 코스피200 선물시장에서도 4천658억원어치의 선물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지난 11일부터 6거래일 연속 코스피에서만 1조7천억원 가까이 매물폭탄을 쏟아냈다.

북미정상회담에 코리아디스카운트가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미중 무역분쟁과 신흥국 리스크가 짙어지면서 자금을 빼는 양상이다.

아시아 증시는 코스피를 비롯해 대부분 1% 이상 주저앉았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2,915.08로 전일대비 106.24포인트(3.53%) 급락했다. 상하이지수는 2016년 9월 이후 1년만에 3천선이 무너졌다. 중국 선전종합지수도 전장대비 5.77% 급락했다.

일본 니케이225지수는 401.85(1.77%) 하락한 22,278.48을 기록했고, 코스피 마감 무렵 홍콩 HSI지수도 804.67(2.66%) 급락했다.

그동안 외국인 움직임에 동요하지 않던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외국인 자본유출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 총재는 이날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주요국 통화정책변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속도, 무역분쟁 확대 등으로 취약 신흥국 불안이 더 확산하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그러면 외국인 자금 유출입에 분명히 영향을 주게 되고, 자본 유입이 유출로 바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 총재는 "경상수지 흑자, 양호한 대외건전성을 고려하면 서든스톱(sudden stop)이나 대규모 자본유출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증권업계에서는 외국인의 셀코리아 행보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신흥국 위기설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 데다 미중 무역분쟁이 이어진다면 국내 펀더멘털에 투자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될 수 있어서다.

외국인 주식매도가 이어지면 자금 유출에 따른 패닉장세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내부 이슈보다 신흥국 위기설과 선진국 안전자산 인식이 개선된 영향으로 외국인이 추가적으로 매도할 여력이 남아있다고 봐야할 것"이라며 "현재 외국인이 코스피에서 보유한 지분이 시가총액으로 환산하면 660조원으로 사상 최대인데 지금은 한국 주식이 비싸서 파는 것이 아니라 대외상황이 좋아서 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외국인도 손해를 보고 나갈 수는 없어 향후 투자주체들의 저가매수 흐름에 따라 외국인 매도 규모가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코스피 하단이 2,300선을 오랜 기간 밑돌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김유겸 케이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가가 바닥을 잡을 구간이라고 봤는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보복관세에 2천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추가 관세를 검토하라고 발언하면서 미중 무역분쟁 이슈가 더 불거진 것"이라며 "양국간 무역분쟁이 더 고조되거나 격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달러-원 환율이 거의 고점을 잡아가고 있는 상황이라 외국인 추가 매도가 6월을 넘어 장기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코스피 예상레벨 저점도 2,300선으로 만약 더 빠진다 해도 그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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