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중간 무역전쟁의 수위를 끌어올리면서 금융권 부채 축소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중국 정부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금융권 부채 축소와 금융위험 억제를 핵심 과제로 추진하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무역분쟁과 경기둔화 모두를 누그러뜨릴 균형 잡힌 정책을 내놓기는 더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최근 중국 경기 둔화세에 완화정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만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경기 상승세를 틈타 무역분쟁에 강경기조로 나서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인민은행의 센차이첸 고문은 "금융권 디레버리징이 실물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만약 지금 통화정책 완화에 나선다면 이와 관련한 모든 노력은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2천억달러 규모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10% 관세 부과 검토를 지시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한 시간 후쯤 중국 인민은행은 2천억위안(약 34조2천억원)의 유동성을 시중은행에 공급했다.

유동성 공급 규모가 이례적으로 컸던 탓에 위안화 가치는 달러화에 대해 5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나타내는 약세를 보였다. 상하이종합지수는 3.8% 밀리며 2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금융시장은 큰 충격을 받았다.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에서는 '미중 무역전쟁'을 포함한 뉴스 아이템들이 일시적으로 검색되지 않고 오후 늦게 다시 검색이 가능해졌다고 매체는 전했다.

중국 상무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하면서 강력한 대응 조치를 채택할 것이라고 반발했지만 어떤 조치를 내놓을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수출 규모가 1천500억달러 수준이어서 중국은 관세 이외의 다른 정책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

반독점 심사나 행정적 규제를 동원해 미국 기업들의 중국 진출을 막는 등의 조처에 나설 수 있다.

중국 정부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도발에 대응해 지난 1980년대와 1990년대 미일 무역갈등이 어떻게 전개됐는지 들여다봤다고 말했다.

당시 일본은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여 엔화를 절상하고 엔고로 인한 압박을 완화하고자 재정부양책을 풀었다. 이는 다시 부동산 거품으로 이어져 일본 경제를 추락시켰다.

카네기재단의 유콘황 선임 연구원은 "미국이 징벌적 관세를 부과할 때 반드시 보복해야 한다는 것을 이제는 모든 국가가 깨닫고 있다"면서 "그러면 둘 다 지게 되겠지만, 만약 보복하지 않으면 미국을 제외한 한쪽이 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이체방크는 미국이 2천억달러어치 중국산 제품에 대해 10% 관세를 부과하면 중국의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2~0.3%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도이체방크의 장 지웨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금보다 무역전쟁이 심해지면 중국 정책담당자들은 완화정책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이렇게 되면 디레버리징과 금융위험 억제라는 정책 어젠다는 지연될 것"이라고 말했다.

smjeong@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