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윤정 기자 = 국내 증권사들이 신입사원을 계약직으로 채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내부 경쟁력을 높인다는 취지지만, 고용의 질에 대한 우려감도 높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신입사원 채용 프로세스를 진행 중이다. 증권일반, IT직군과 IB, 운용, 리서치 직군으로 나눠 채용을 진행하고 있는데, 두 직군의 업무 특성을 반영해 채용 방식에도 차이를 뒀다.

NH투자증권은 증권일반, IT는 정규직으로 선발하지만, IB와 운용, 리서치 직군의 신입사원은 연봉 계약직으로 선발할 예정이다. 증권가 IB 등의 경우 성과에 따라 급여를 지급하기 위해 계약직 비중이 높은 편인데, 이를 신입사원에까지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증권업계는 전통적으로 고액 연봉자가 많아 실적과 성과에 따라 계약을 연장하는 계약직 비중이 높았다. 그럼에도 그간 신입사원을 계약직으로 채용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러나 최근 들어 신입 직원을 계약직으로 채용하거나 계약직 기간을 늘리는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 '계약직'을 늘리는 것이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나 결국 실적 측면에서는 성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최근 원서접수를 마무리한 대신증권도 과거보다 채용 절차가 복잡해졌다. 과거에는 정규직으로 신입 직원을 선발했으나 이번에는 인턴과 계약직 과정을 거치도록 했다.

대신증권은 인턴 직원을 선발한 후 3개월간 인턴 과정을 이수하도록 했다. 이 중 우수자에 대해 6개월간 추가 계약직으로 근무하게 했다. 6개월의 계약직 근무 후 이들에게는 비로소 정규직 전환 기회가 주어진다.

미래에셋대우도 신입 직원을 선발한 후 2년간 계약직으로 근무하도록 했다. 미래에셋증권과 합병하기 전 대우증권은 신입 직원에 대해 6개월 계약직으로 근무하도록 했는데, 6개월이던 계약직 기간이 올해부터 2년으로 늘어난 것이다.

A 증권사 관계자는 "계약직에 대해 번 만큼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성과주의를 통해 실적이 개선됐기 때문에 업계에서도 계약직을 신봉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고연봉 '귀족 계약직'과는 거리가 먼 신입사원들에까지 이런 방침이 적용되는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정규직을 늘리고자 하는 현 정부의 정책에도 어긋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NH투자증권의 경우 지주사의 행보와 다소 엇갈린다고 지적했다. NH농협은행은 상반기 정규직 신입사원 채용에 나섰다. 신입 직원 채용을 늘리면서 정부의 청년 일자리 창출 정책에 보조를 맞추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NH투자증권은 "신입 70여 명 정도를 채용할 계획이고 이 중 계약직으로 선발되는 인원은 10명 내외일 것"이라며 "IB 등 우수 인재를 잡기 위한 것이며 전체 채용 인력은 지난해 20명보다 크게 늘렸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대우도 "이러한 지적에 따라 지난해 말 채용한 신입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며 "하반기 진행되는 공채도 계약직 과정 없이 정규직 채용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B 증권사 관계자는 "신입사원을 계약직으로 채용하는 것은 이들에 대한 검증 절차를 보다 강화하겠다는 것이므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일자리 질과 경쟁력 제고 사이에서 적정선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yj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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