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SK, 롯데, 신세계 등 대기업이 온라인 쇼핑시장에서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온라인 쇼핑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으나 관련사업이 수익을 내지 못하면서 대규모 투자로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 대기업, 온라인 쇼핑사업에 대규모 투자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플래닛은 전날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H&Q코리아 등에서 5천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같은 날 SK플래닛은 이사회를 열고 인적분할 방식으로 11번가 사업부문을 분할하기로 결정했다. 또 SK플래닛은 SK테크엑스를 흡수·합병하는 안건도 의결했다.

분할과 합병기일은 오는 9월 1일이다. 현재 SK플래닛은 전자상거래 사업(11번가)과 마케팅 플랫폼사업을 하고 있다. SK테크엑스는 인공지능(AI) 플랫폼과 사물인터넷(IoT) 솔루션 사업 등을 하고 있다.

정지수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11번가 신설법인이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발행해 H&Q코리아에서 5천억원 규모의 자금을 유치할 예정"이라며 "이는 신설법인 지분의 약 18% 수준이다. 11번가 기업가치를 약 2조3천억원으로 평가받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앞서 롯데그룹도 지난 5월 향후 5년간 온라인사업에 3조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롯데는 그룹에서 1조5천억원, 롯데쇼핑에서 1조5천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롯데는 계열사별로 운영하던 온라인몰 8곳을 통합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사업본부를 오는 8월 신설할 예정이다.

신세계그룹도 지난 1월 외국계 투자운용사 2곳과 전자상거래 사업을 위한 투자 유치를 추진한다는 내용을 담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투자의향 밝힌 곳은 비알브이 캐피탈 매니지먼트(BRV Capital Management)와 어피너티 에쿼티 파트너스(Affinity Equity Partners)다.

이들은 신세계 온라인사업을 담당할 신규법인에 1조원 이상을 투자한다. 이를 위해 신세계는 현재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로 분리된 온라인사업부를 물적분할한 후 합병해 이커머스 사업을 전담할 신설법인을 설립한다.

◇ 온라인 쇼핑시장은 급성장…수익성은 저하

이처럼 SK, 롯데, 신세계 등 대기업이 온라인 쇼핑사업에 대규모로 투자하는 것은 온라인 쇼핑시장이 성장하고 있으나 수익이 제대로 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78조2천273억원으로 전년 대비 19.2% 증가했다. 온라인 쇼핑 거래액 중 모바일 쇼핑 거래액은 47조8천360억원으로 34.6% 늘었다. 온라인 쇼핑 거래액 중 모바일 쇼핑 거래액 비중은 61.1%를 차지했다.

온라인 쇼핑시장은 꾸준히 성장했다.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지난 2011년 29조원대에서 2014년 45조원대로 커진 데 이어 2016년 64조원대를 기록했다. 2011년 29조원대에서 지난해 78조원대로 커진 셈이다.

하지만 온라인 쇼핑사업의 수익성이 떨어져 SK, 롯데, 신세계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실제 11번가를 운영하는 SK플래닛은 지난해 영업손실 2천497억원, 당기순손실 5천137억원을 냈다. 롯데도 계열사별로 온라인몰 8곳을 운영하면서 시너지를 못 내고 있다. 그중 하나인 롯데닷컴은 지난해 영업손실 21억원을 기록했다. 신세계그룹 온라인사업(신세계몰과 이마트몰 합산실적)도 지난해 영업손실 130억원을 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국내에서 G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를 제외하고 대부분 온라인사업자가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며 "그럼에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온라인 쇼핑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온라인 쇼핑시장에서 절대 강자가 아직 나타나지 않은 점도 SK, 롯데, 신세계 등이 투자에 나서는 배경으로 지목된다.

김호섭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 등의 시장과 비교해보면 국내 온라인시장을 장악한 절대 강자는 없다"며 "향후 (투자 등) 업체별 대응방안에 따라 현재의 경쟁구도가 충분히 변동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yg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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