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한용 기자 =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하는 금융안정보고서와 이주열 총재는 신흥국 불안과 자본유출 이슈를 크게 우려하지 않았다.

한은은 20일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2018년 6월)'에서 최근 아르헨티나와 터키 등 일부 신흥국에 나타난 금융시장 불안이 우리나라로 전이될 가능성은 작다고 판단했다.

최근 신흥국 금융불안은 채권시장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등 일부에 국한돼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JP모건의 신흥시장 채권지수(EMBI+)는 올해 초 362bp에서 5월 말 386bp로 소폭 확대된 데 그쳤다. 테이퍼 텐트럼이 있었던 2013년 초 248bp에서 2014년 2월 말 349bp로 100bp 이상 뛴 것과 대조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경상수지 흑자 지속과 높은 국가신용등급 등으로 다른 신흥국과 비교할 때 대외건전성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고 이로 인해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신흥국의 금융불안에도 외국인 투자동향이 안정적인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한은의 평가다.

실제로 올해 1~5월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는 64억 달러 순유입 흐름이었다.

주식자금은 28억 달러 순유출됐지만, 채권 자금은 92억 달러가 순유입됐다.

금융안정보고서의 이런 진단은 이주열 총재의 전일 기자간담회 발언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이주열 총재는 "신흥국 금융불안이 진정하지 못하고 확산하면 리스크에 민감도가 커지면서 자본유출, 가격 변수 변동성이 수시로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한미 금리 역전 폭 확대에 따른 자본유출 문제를 두고 "대규모 자본유출이 일어날 가능성은 작다"며 "무디스가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유지한 근거 중 하나로 거론한 것 역시 우리 경제의 대외충격에 대한 높은 복원력"이라고 강조했다.

한은의 이같은 진단은 신흥국 불안과 자본유출 문제에 대한 우려가 적정선 이상으로 확산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시장의 평가다.

증권사 채권 딜러는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5일 주식, 채권, 외환 등 금융시장 전문가들과 간담회를 개최한 결과 한미 금리 차이가 최대 100bp까지 역전되더라도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의견이 제시됐다"고 말했다.

그는 "한은이 이런 시장의 시각과 자체 분석을 바탕으로 시장 심리를 안정시키려 한 것으로 보인다"며 "더불어 한은이 시장 변동성 확대와 관련한 일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하반기 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한 것도 시장 안정을 위한 포석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관련해 한은이 이날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는 최근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짙어지고 있음에 따라 외국인 자본 유출입에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주열 총재는 전일 기자간담회에서 "성장세가 잠재 성장률 수준을 이어가고 물가 상승률이 목표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되면 통화정책 완화 정도 추가 조정 여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성장, 물가 경로가 지난 4월에 본 전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하반기, 4분기로 가면 물가 오름세는 지금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h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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