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2009년 유럽 재정위기가 엄습할 당시 스웨덴부터 시작된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마이너스 금리 행진…. 이후 9년이 흘렀다.

하지만 이들 중 어느 국가도 선뜻 마이너스 금리를 포기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현지시간) 유럽이 마침내 부채위기를 극복했으나 경기 침체기의 남은 유물인 '마이너스 금리'는 흔들림이 없다고 보도했다.

유럽에서는 2009년 스웨덴을 시작으로 덴마크, 유로존, 스위스 등이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했으며, 이후 일본은행마저 2016년부터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다.

마이너스 금리는 채권시장 전반의 차입 금리를 낮춰 경기를 떠받치는 데 일조했으며 일부 국가에서는 통화 절하 압력으로 작용해 수출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됐다.

하지만 유럽중앙은행(ECB)이 내년 중반까지 현재 마이너스인 금리에 손을 댈 뜻이 없음을 밝히는 등 아직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한 나라 중에 이를 되돌릴 기미를 보이는 곳은 없다.



◇ 마이너스 금리 "효과적 도구"

이는 마이너스 금리가 의도한 효과를 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통상 중앙은행은 성장과 인플레이션을 촉진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플레이션 밑으로 설정해 저축보다 차입을 독려한다. 하지만 유럽은 디플레이션 위협으로 차입 유인이 낮아져 금리를 마이너스 수준으로 떨어뜨려야 했다.

미국은 상대적으로 디플레이션 위협이 크지 않았기 때문에 마이너스 금리까지 채택하진 않았다.

특히 유럽 기업들은 미국처럼 자본시장에서 차입을 하기보다 은행 대출에 더 의존한다는 점에서 마이너스 금리 유인이 더 컸다.

결국,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한 나라들은 2014년 이후 경기 침체를 벗어났고, 최근에는 경기가 크게 개선되고 있다.

2014년 ECB가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할 당시 아일랜드 중앙은행 부총재였던 EFG은행의 스테판 게를라흐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장기금리를 억눌러 성장과 인플레이션이 촉진됐다는 점에서 (마이너스 금리는) 효과적인 도구였다"라고 평가했다.

당시 우려됐던 은행 수익 급감이나 현금 사재기 등은 현실화되지 않았으며 은행들은 예금자들에게 마이너스 금리 부담을 전가하는 대신 모기지 금리를 인상하거나 스스로 비용을 떠안는 쪽을 선택했다.



◇ "만능은 아냐"…부작용 우려해야

하지만 마이너스 금리가 장기화하면서 그에 따른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대출에 크게 의존하는 일본의 지역 은행들은 마이너스 금리에 따른 충격을 상대적으로 크게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행인연합회의 코지 후지와라 회장은 지난달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금리와 이익에 미치는 하강 압력이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도 마이너스 금리 정책으로 은행들의 수익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구로다 총재는 그럼에도 인플레이션 촉진과 경제 성장으로 수혜를 받는 점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마이너스 금리가 지속함에 따라 주택시장의 버블도 주목해야 할 부문이다.

UBS에 따르면 전 세계 주택시장 중 가격이 고평가됐거나 혹은 버블 위험이 있는 도시 15곳 중 8곳이 마이너스 정책 금리를 사용하는 나라에 속한 도시들이다.

WSJ은 하지만 스위스, 덴마크, 스웨덴 등은 ECB가 금리를 올릴 때까지 기다릴 것으로 예상되고, ECB는 한동안은 금리를 조정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마이너스 금리가 장기화할 경우 더 큰 피해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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