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미국과 중국 간 무역 전쟁 우려가 커지며 미국 장기 국채금리의 상승세도 크게 제한되고 있다. 미국 금리의 이런 움직임은 글로벌 채권금리의 상방 경직성 강화에도 영향을 미쳤다.

시장 전문가들은 20일(현지시간) 마켓워치를 통해 "미국 채권시장은 가열되는 무역 전쟁과 국내 경기지표 사이에 끼어있지만, 지금 당장은 무역 공포가 우세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더욱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추정치가 무역 전쟁 우려로 상쇄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 14일 2.97%에서 19일 2.85%까지 낮아졌다. 전일 2.9%선으로 반등했지만, 여전히 상승 압력은 제한받고 있다. 10년물 금리는 지난달 한때 3.12%까지 상승한 바 있다.

BMO캐피탈의 이안 린젠 금리전략 총괄은 "현재 2분기 GDP 성장률이 연간 기준 5%에 근접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시장은 이미 무역 분쟁에 따른 결과를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과 중국 사이의 관세 부과와 이에 따른 보복 조치 등으로 주식시장이 흔들렸고, 장기 국채 수요는 커지며 금리 상승도 제한됐다.

이전까지 부상하지 않았던 무역 전쟁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고, 이에 따라 채권 강세 재료인 경제 지표 호조와 인플레이션 압력 등의 영향을 압도해버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린젠 총괄은 "10년물 국채금리가 결정적으로 3%선을 넘지 못한다면, 수개월 내로 성장세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더욱 커진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특히 무역 전쟁이 발발할 경우 불황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무역 긴장이 장기적인 성장세를 압박하는 방식은 더욱 교묘해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무역 협상의 진행 방향을 예측하기 어렵고, 이에 따라 기업 신뢰도는 떨어지고 자본투자 역시 위축될 수 있다. 감세 정책으로 기업의 자본 여력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실제 투자까지 이어지지 않는 셈이다.

이미 주택건설업계는 수입품 관세에 따른 재료비 상승으로 마진이 압박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최신 베이지북에서도 무역 관계 재협상과 연관된 불확실성으로 주요 기업가들은 미래 투자의 영향에 우려를 제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도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행정부와 중국 간의 무역 갈등이 커지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감을 내비쳤다.

그는 이번 주 연설에서 "올해 세제개편이 기업을 살릴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한 해를 맞이했지만, 애틀랜타 지역에서 이에 대한 기대감은 사라졌고 이는 무역과 관세에 대한 우려감으로 바뀌었다"고 꼬집었다.

스티펠의 린지 피그자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재의 관세로는 미국 GDP의 1%포인트 미만만 영향을 받을 것"이라면서도 "미국과 중국 사이의 관세 증가와 수입품에 의존하는 산업이 받는 연쇄적인 불이익 등은 피해를 증폭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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