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시중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산정하는 과정에서 수년간 가산금리를 재산정하지 않거나 경영 목표에 따라 멋대로 금리를 올린 사례가 적발됐다.

금융감독원은 21일 국민·신한·KEB하나·우리·농협·기업·SC제일·씨티·부산은행 등 국내 은행 9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출금리 산정체계 적정성을 점검한 결과를 발표했다.

은행들은 2012년 11월부터 대출금리 산정체계의 합리성을 높이고자 모범규준을 제정해 운영해왔다.

하지만 최근 은행의 예대금리차가 벌어지는 과정에서 대출금리가 주먹구구식으로 제정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실제로 지난해 11월에는 KEB하나은행이 주택담보대출 금리인 코픽스(COFIX) 공시 과정에서 오류를 범해 대출자에게 추가 이자를 부담하게 하는 사례가 있었다.

신한은행은 올해 초 주택담보대출 가산금리를 인상했다 금융권의 눈총을 사 원복하는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금감원은 지난 2월부터 두 달여간 은행들의 대출금리 산정체계 적정성을 점검했다. 4월에는 일부 은행의 신용 프리미엄 산정체계의 적정성과 대출금리 산정에 필요한 고객정보 관리실태를 별도로 점검하기도 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은행들은 대출 금리 모범규준을 내규에 반영하고 있지만, 가산금리와 우대금리를 운용하는 과정이 불합리한 경우가 많았다.

우선 은행별로 업무원가성 가산금리를 산정하는 방식이 차이가 컸다.

통상 업무원가성 가산금리에는 리스크ㆍ유동성ㆍ신용 프리미엄과 자본비용, 업무원가, 법적 비용 등이 포함된다.

은행들은 이를 시장 상황이나 차주의 신용등급 변화에 따라 다시 조정해야 함에도 수년간 이를 방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진에 해당하는 목표이익률을 산정할 때도 불합리한 체계로 운영됐다.

대부분의 은행은 연초 수립한 경영 목표 상의 자기자본이익률(ROE) 등을 고려해 목표이익률을 설정하고 대출 실행 시점에 시장 금리 수준에 맞도록 감면금리를 조정해 대출금리를 최종적으로 조정한다.

하지만 일부 은행은 목표이익률을 산정할 때 전혀 관계없는 요인을 가산하기도 했다.

은행이 차주에게 지난 1년간 할인해서 적용한 우대금리 등이 그 예다.

금리 인하 요구권이나 우대금리를 적용하는 방식도 투명하지 않았다.

만기를 연장하거나 금리 인하 요구권을 신청할 때 차주의 급여인상으로 신용도가 상승한 경우 그에 걸맞은 금리가 인하돼야 하지만 이를 제대로 반영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다른 여건의 변동이 없어도 그간 적용하던 우대금리를 축소해 금리가 인하되지 않는 불합리한 사례가 적발됐고, 우대금리를 적용하는 과정에 설명하는 과정이 없어 고객이 이를 알기 어려운 것으로 조사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우대금리를 축소하거나 부당하게 높은 이자를 수취한 은행, 영업점에서 과도하거나 부당하게 적용된 이자에 대해선 환급 조치가 진행 중"이라며 "다만 신용 프리미엄을 고정값으로 적용한 은행의 경우 산정체계 개선을 유도할 뿐 별도의 환급 조치는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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