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이종혁 특파원 = 미 국채 가격은 세계 정치 불확실성, 뉴욕증시 약세 등으로 안전 선호 현상이 강해져 올랐다.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21일 오후 3시(미 동부시간) 무렵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 종가보다 2.9bp 내린 2.899%에서 거래됐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2.1bp 하락한 2.541%에 움직였다.

3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2.1bp 낮은 3.043%에 거래됐다.

10년과 2년물 국채수익률 격차는 전장 36.6bp에서 35.8bp로 좁혀졌다.

국채수익률은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국채가는 유럽 정치 불안과 무역갈등 등장에 따른 우려로 안전자산 선호가 커져 상승 출발했다.

시장은 미 경제지표, 미국 무역협상, 뉴욕증시와 신흥시장 동향 등을 주목했다.

전날 국채가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추가 금리 인상 지지 발언에 내렸다.

파월 연준 의장은 탄탄한 미국 경제가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략가들은 국채가가 간밤 높아졌다며 이탈리아에서 불거진 유럽연합(EU) 관련 우려와 독일 자동차 생산업체 다임러가 관세 부과의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한 영향이 유럽증시와 채권 수익률을 내리눌렀다고 설명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상원 재정위원회 위원장에 EU에 부정적인 알베르토 바냐이를, 하원 예산위원회 위원장에 클로디오 보르기를 지명했다. 보르기는 균형예산과 궁핍 정책에 반대해왔으며, 이전에 단기 국채 발행을 주장한 바 있다.

이탈리아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18.4bp 오른 2.745%에서 움직였다. 반면 독일의 같은 기간물 수익률은 3.9bp 내린 0.335%에서 거래됐다.

글러스킨 쉐프의 데이비드 로젠버그 수석 경제학자는 "두 명의 EU 회의론자들이 이탈리아 의회의 주요 보직에 임명됐다는 소식은 유럽에서 정치 상황이 암울해지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 준다"고 설명했다.

B 라일리 FBR의 마크 그랜트 수석 전략가는 "많은 시장 참여자들이 유럽에서 현재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 눈을 가리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내 마음의 눈에서는 네온사인이 번쩍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판매세 부과를 허용해준 판결이 나온 것이 소비가 견인하는 미 경제에 타격을 주고, 투자자들을 실망하게 할 것이라는 우려도 시선을 끌었다.

미국 대법원은 주 정부가 전자상거래업체로부터 판매세 징수를 허용해주는 판결을 내려, 이날 아마존과 이베이, 에스티 등의 주가를 떨어뜨렸다.

이날 경제지표는 고용을 빼고 전부 부진했다.

6월 필라델피아 지역의 제조업 활동을 보여주는 지수가 내렸다.

필라델피아 연은에 따르면 6월 필라델피아연은 지수는 전월의 34.4에서 19.9로 하락했다. 시장 전망치는 28.5였다.

필라델피아 연은 지수는 지난해 2월 43.3으로 33년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수는 제로(0)를 기준으로 확장과 위축을 가늠한다.

지난 5월 미국의 경기선행지수가 0.2% 올랐다고 콘퍼런스보드가 발표했다.

시장 전망치 0.3% 상승에 못 미쳤고, 또 4월과 3월의 0.4%를 밑돌았다.

콘퍼런스보드의 아타만 오질디림 디렉터는 "5월 선행지수 상승 폭은 전달에 비해 낮았다"며 "하부 구성요소 개선의 상당 부분을 노동시장과 주거용 건설의 선행지수 하락이 상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선행지수는 탄탄한 성장을 예고하지만 최근 상승 폭 둔화는 성장에 가속도가 붙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16일로 끝난 주간의 미국 실업보험청구자수가 감소해, 고용시장의 건강함을 재확인해줬다.

미 노동부는 지난주 실업보험청구자수가 전주에서 3천 명 줄어든 21만8천 명(계절 조정치)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시장 예상치는 22만 명이었다.

변동성이 덜한 4주 이동평균 실업보험청구자 수는 22만1천 명이었다. 1960년대 이후 가장 낮다.

이날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세제개편 장기적 영향에 대해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카시카리 총재는 "장기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세제개편이 더 강한 경제 성장으로 이어질 것인지는 불투명하다"면서 "세제개편이 장기적으로 미칠 영향에 대해 지금 알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이어 카시카리 총재는 "기업 리더들은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더욱 낙관적이다"라면서 "다만 이로 인해 투자를 늘리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아직 늘리고 있지는 않지만, 상황이 어떻게 될지 좀 더 지켜보고 싶다고 이들은 응답했다"고 전했다.

그는 "그동안 금리를 전진적으로 인상하는 접근방법을 택한 것은 옳았다"면서 "현재 경제 과열 신호가 없어서 중간에 제동을 걸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국채가는 오후 들어 뉴욕증시 약세 속에 횡보했다.

전략가들은 무역전쟁이 세계 경제 성장을 둔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지속했다.

소시에테제네랄(SG)의 키트 주크스 전략가는 "성장 호조와 관세 부과에 따른 물가 상승이라는 쌍둥이 압력을 고려하면, 채권 수익률을 붙잡아내는 주요한 동력은 세계 경제에 대한 우려"라며 "미 증시가 그것을 우려하지 않는다면 왜 국채시장이 그러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날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8일 연속 내렸다. 작년 3월 이후 최장이다.

주크스는 "다음 단계는 미 증시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신흥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신흥시장을 흔들 정도로 달러와 채권 수익률이 오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무역 관련 상황 변화는 크지 않았다.

인도와 터키 등이 미국의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에 대응해 미국산 제품에 수입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전일에는 EU와 러시아가 미국의 철강 관세에 대한 보복관세 방안을 내놓았던 바 있다.

중국은 정부는 또 이날 예정됐던 중국에너지투자공사 임원진의 웨스트버지니아 방문을 취소했다. 중국에너지투자공사는 웨스트버지니아에 837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었다.

미 상무장관 윌버 로스는 무역협상의 최종 목표는 미국 회사들을 위해 장벽과 관세를 낮추는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liber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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