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증권사가 즐비한 영등포구 여의도 증권거리에는 형형색색의 유리조각을 붙여 만든 거대한 물고기 조형물이 있다.

마치 물고기가 수면을 차고 오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이 조형물은 '월척의 꿈'을 형상화한 것으로 증권금융의 메카인 여의도를 찾는 시민들에게 좋은 일이 생기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곳은 여의도 직장인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만남과 휴식의 장소였지만 최근에는 매캐한 담배 연기가 거리를 가득 메우면서 행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여의도역에서부터 한화투자증권, NH투자증권, KTB투자증권, 유화증권 등의 증권사 건물이 나란히 서 있는 이곳까지 200m 남짓 되는 거리에는 출근 시간과 점심시간, 휴식시간에 틈틈이 담배를 피우려는 직장인들이 우글거린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담배꽁초는 거리를 하얗게 뒤덮을 정도이고, 각종 음료수 캔과 먹다 남은 커피잔도 나뒹굴고 있다. 비흡연자와 어린이들은 이곳을 지나가기조차 괴로울 지경에 이르렀다.

여의도 금융권 사이에서 이 지역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참다못한 금융감독원은 영등포구청에 이 지역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해 달라고 익명으로 건의했다. 국민건강 증진법 제9조에 따라 금연구역 지정과 과태료 부과 등 단속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등포구청 보건소에서는 이곳이 사유지라는 이유로 일괄 단속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증권거리는 지적도상 도로에 해당하지 않고, 흡연자들로부터 민원이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자 금감원은 증권사들에 '담배 연기 없는 거리 만들기'에 협조해 달라고 당부하고 나섰다.

유광열 수석부원장은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 권희백 한화투자증권 사장,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등에게 임직원들이 거리에서 흡연하는 것을 자제할 수 있도록 하고 별도의 흡연 부스를 마련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직접 부탁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이 거리를 흡연 청정구역으로 만드는 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문화의 거리로 조성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조만간 금연 캠페인을 여는 등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야외음악회나 전시회도 열어 시민들의 작은 쉼터가 되는 동시에 증권거리가 여의도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면서 "지자체만 바라보지 않고 금융회사들과 힘을 합쳐 합리적으로 관리·감독할 방안들을 모색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시장팀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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