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윤성현 기자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대기업 총수일가를 향해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야기하는 비핵심 계열사 지분을 정리하라고 언급하면서 재계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더욱이 김상조 위원장이 시스템통합(SI), 물류, 부동산관리, 광고 등 4개 업종을 직접 거론하면서 압박 수위를 높인 탓이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김상조 위원장의 발언 이후 현대자동차그룹를 포함해 LG그룹과 롯데그룹 등 대부분 그룹들이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SI(현대오토에버), 물류(현대글로비스), 광고(이노션), 부동산(서울PMC·서림개발) 계열사를 모두 두고 있다.

지난해 현대오토에버 매출액 1조1천587억원 중에서 내부거래로 올린 매출액은 1조637억원이다. 내부거래 비중이 91.8%에 달한다.

사실 현대오토에버는 공정위의 사익편취 규제대상이 아니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기업집단에 속한 회사가 총수일가 지분이 30% 이상인 계열사(비상장사 20%)와 연간 거래총액 200억원 이상의 내부거래를 하면 규제대상이 된다. 내부거래 비중이 평균 매출액의 12% 이상일 때도 규제를 받는다.

현대오토에버는 비상장사라서 총수일가 지분이 20% 이상일 때 규제대상이 된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등 총수일가는 현대오토에버 지분 19.46%를 들고 있다. 교묘하게 규제대상에서 벗어난 셈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총수일가가 비핵심 계열사를 팔아야 한다"고 주문하면서 사익편취 규제보다 엄격한 기준을 요구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럴 경우 현대차그룹은 현대오토에버 처리를 놓고 골머리를 앓을 수 있다.

이노션과 현대글로비스는 상장사라는 점에서 공정위의 조사대상에서 벗어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상조 위원장이 지난 19일 자신의 발언으로 삼성그룹 SI 업체 삼성SDS 주가가 급락했다는 지적에 대해 "비상장 계열사 지분매각을 말한 것"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또 서울PMC와 서림개발 등 부동산 계열사는 총수일가 지분이 높지만, 내부거래 비중이 거의 없다.

LG그룹도 김 위원장의 의중을 파악하는 데 분주한 모습이다. SI(LG CNS)와 물류(판토스)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는 탓이다.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과 구본준 LG 부회장은 LG CNS 지분을 각각 1.12%, 0.28% 보유하고 있다. 작년 기준 내부거래 비중은 6.0%다. 하지만 내부거래로 올린 매출액은 1천445억원으로 큰 편이다.

구광모 LG전자 상무 등 총수일가의 판토스 지분율은 19.90%다. 내부거래도 상당하다. 지난해 판토스 매출액 1조9천978억원 중에서 내부거래로 올린 매출액은 1조5천580억원이다. 내부거래 비중이 78%에 달한다.

롯데그룹도 좌불안석인 것은 마찬가지다. 롯데도 SI(롯데정보통신), 광고(대홍기획), 물류(롯데글로벌로지스·롯데로지스틱스), 부동산(롯데자산개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지난해 기준 롯데정보통신의 매출액 1천232억억원 중에서 내부거래로 올린 매출액은 1천153억원이다. 내부거래 비중이 93.6%다.

하지만 롯데정보통신 최대주주는 롯데지주(지분율 100%)다. 물적분할과 흡수합병을 거친 결과다. 실제 롯데정보통신은 지난해 11월 롯데IT테크(존속법인)와 롯데정보통신(신설법인)으로 물적분할했다. 지난 4월 롯데IT테크는 롯데지주에 흡수합병됐다.

롯데 총수일가가 롯데정보통신 지분을 들고 있지 않지만 롯데지주를 통해 간접적으로 이익을 얻고 있는 셈이다.

대홍기획은 롯데 총수일가가 지분 6.24%를 보유한 회사다. 지난해 내부거래 비중은 60%가 넘는다. 롯데글로벌로지스와 롯데로지스틱스, 롯데자산개발은 롯데 총수일가 지분이 없다.

'갑질 논란'으로 사정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한진그룹도 김 위원장의 발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진 총수일가는 부동산 관리업체 정석기업 지분 28.71%를 보유 중이다. 작년 이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29.7%로 적지 않다.

한진그룹 SI 업체 한진정보통신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분 0.65%를 보유한 회사다. 지난해 기준 한진정보통신의 내부거래 비중은 76.7%에 달한다.

CJ그룹도 공정위의 칼끝이 자신을 향하는 게 아닌지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CJ그룹에서 SI 업무를 하는 CJ올리브네트웍스는 이선호씨 등 총수일가가 지분 44.07%를 보유한 회사다. 이선호씨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아들이다.

지난해 CJ올리브네트웍스의 매출액 1조8천228억원 중에서 내부거래로 올린 매출액은 3천571억원이다. 내부거래 비중이 19.6%다.

재계 관계자는 "김상조 위원장이 비핵심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라고 했는데, 핵심과 비핵심을 구분하는 기준이 애매하다"며 "상장사는 괜찮고 비상장사는 안 된다고 한 점도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분간 재계는 김 위원장의 의중을 파악하느라 고생할 것"이라고 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공정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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