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민재 기자 = SK이노베이션은 석유와 화학, 윤활유 등 자회사의 실적호조에도 석유개발(E&P) 및 기타사업 등 자체사업에서 부진한 실적을 보인다. 기존에 투자한 석유개발사업이 하나둘씩 이익으로 돌아오고 있으나 배터리 및 소재사업이 포함된 기타사업이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SK이노베이션이 중국 정부의 전기자동차(EV) 보조금 지급대상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자체사업 수익성이 개선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 '장거리 주자' 배터리사업…중국 인증 기대감↑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올 1분기 석유개발(E&P) 및 기타사업 사업에서 272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석유개발사업은 448억원 흑자였지만 기타사업이 720억원 적자를 낸 결과다.

지난 2014년까지만 해도 SK이노베이션은 석유개발 및 기타사업에서 1천672억원의 흑자를 냈지만, 2015년 영업손실을 기록한 이후 줄곧 적자 폭이 늘어났다.

이는 전기차 배터리사업을 확대하면서부터 생긴 결과로 풀이된다.

SK이노베이션은 수년간 본업인 정유보다 비정유사업 확장에 많은 공을 들였다. SK이노베이션이 연초 소재부문인 연성동박적층판(FCCL) 사업을 매각하기로 결정한 것도 화학과 배터리 중심으로 역량을 집중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SK이노베이션뿐 아니라 국내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인 LG화학과 삼성SDI도 자동차 배터리사업에서는 여전히 부진한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사업은 규모의 경제가 실현돼야 흑자로 전환할 수 있다"며 "국내 제조사들은 향후 시장 상황이 변할 것을 염두에 두고 장기적으로 보고 투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나마 최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가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 형식승인을 통과하면서 중국 판매 재개에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앞서 국내 배터리 제조업체들이 중국에서 우수인증업체(화이트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점도 호재다.

최종 인증을 받지 못한다 해도 중국 보조금 제도가 해제되는 오는 2020년부터 실적을 회복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전유진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은 오는 2020년까지 헝가리 7.5GW 공장을 포함해 총 20GW의 생산설비를 확보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며 "후발주자임에도 NCM811 상업판매와 공격적인 설비증설 등을 통해 2020년 전후로 손익분기점에 도달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배터리사업 손실은 규모의 경제 효과에 힘입어 점진적으로 축소될 것"이라며 "영업손실 흐름은 2017년 3천382억원, 2020년 1천870억원으로 줄어 오는 2021년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 '집념'의 석유개발…국제유가 덕에 전망 '맑음'

석유개발사업은 업계에서 대표적인 고위험·고수익 사업으로 꼽힌다.

그러나 최종현 선대 회장에서 시작해 최태원 회장으로 이어진 '무자원 산유국' 프로젝트는 최근 들어 속속들이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석유개발사업의 본사를 서울에서 텍사스 휴스턴으로 옮긴 SK이노베이션은 올 2월 중국 남중국해에서 원유탐사에 처음으로 성공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3월 미국 롱펠로의 지분을 전량 사들이면서 국내 최초로 미국 셰일기업을 인수했다.

이러한 행보는 SK이노베이션이 기치로 내건 '딥 체인지 2.0'과도 맞닿는다.

석유개발사업 실적은 지난 몇 년간 국제유가 하락세 등의 영향으로 잠시 뒷걸음질했다. 지난 2012년 5천366억원, 2013년 5천586억원, 2014년 4천28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2014년 중반부터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2015년 62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2016년 1천52억원, 2017년 1천884억원 등으로 영업이익을 점차 회복해 나가는 가운데 향후 석유개발사업 실적은 국제유가 상승과 해외 석유광구 생산량 증가 등에 힘입어 추가 개선될 것으로 전망됐다.

강동진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은 1분기 실적 부진에도 유가 상승효과로 자원개발(E&P) 부문의 실적개선이 기대된다"며 "연간으로 3조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창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E&P사업부는 2014년 이전까지만 해도 분기당 1천억원 이상의 영업이익 기여도를 시현했다"며 "유가 상승에 따라 E&P사업부의 영업이익은 오는 2018년, 2019년 각각 2천780억원과 3천350억원까지 회복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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