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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서 프로 기사들이 바둑을 두는 모습을 보노라면 이들은 경기를 시작하기 전 에 으레 '돌을 가리는' 일을 한다. 흑인지 아니면 백인지 정하기 위한 방법이다. 한쪽 에서 바둑돌을 수북이 손에 쥐고 보이지 않게 있으면 상대방은 그것이 홀수인지 혹은 짝수인지를 맞힌다. 그게 맞아떨어지면 흑돌을 쥐고, 틀리면 백돌을 쥐는 것으로 경 기가 시작된다. 나는 종종 바둑 경기보다는 프로기사들이 홀인지 짝인지 제대로 맞히 는지만 유심히 보곤 한다.

그런데 홀수 혹은 짝수라는 말을 보면 일방적으로 짝수가 유리하게 되어 있다. 온 통 짝수 예찬이로되 반면 홀수는 천대받는 꼴이다. 이런 식이다. 이를테면 홀수를 한 자로 기수(奇數)라고 한다. 기이할 ‘기(奇)’를 쓴다는 것 자체가 홀수를 이상하거나 고약한, 혹은 운수 나쁜 숫자로 여긴다는 속뜻이 숨어 있지 않은가? 이는 영어에서 도 같다. 홀수를 영어로 odd라고 한다. odd라는 말 역시 이상하다거나, 특이하다, 혹 은 괴상하다는 등의 뜻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람들은 홀수라면 무언가 기괴하다 는 생각을 품는 것이 분명하다.

짝수는 정반대이다. 찬양 일색이다. 짝수를 영어로 even이라고 하지 않는가? 이는 평평하다, 반반하다, 대등하다, 같다 등의 뜻이 있다. 홀수, 즉 odd보다 차원이 다르 다. 훨씬 대접이 낫다. 한자말도 마찬가지. 짝수를 한자로 우수(偶數)라고 부르는데 짝 ‘우(偶)’를 써서 표현한다. 즉 짝수는 배필, 짝짓다, 대하다 등의 의미를 내포 하는 것이다.

실제로도 홀, 즉 싱글(single)보다야 짝이 있는 것이 훨씬 좋지 않은가? TV에서조 차 처녀-총각을 홀로 남겨놓기보다는 어떡하든지 서로 연결할까 궁리한다. 그러기에 ‘짝’이며 ‘정글러브’같은 프로그램을 다투어 선보이는 것이리라.

포커 도박에서도 같다. 서로 다른 카드 종류를 가지고 있어서는 아무 힘도 쓰지 못 하지만 똑같은 카드 두 개가 모여 짝, 즉 ‘페어(pair)'를 이룬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 그뿐이랴. 단순히 ‘원 페어(one pair)’ 정도가 아니라 ‘투 페어(two pair)’라 도 된다면 더 좋다. 목에 힘주고(!) 과감하게 베팅할 수 있다. 그래서 홀보다는 짝이 좋다... 뭐 그런 뜻이다.

뜬금없이 웬 홀짝타령일까? 사실은... 딴 게 아니라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 이야 기이다. 피치는 최근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을 A에서 AA 등급으로 상향조정하였다 . 그동안은 A 등급이었으되 쓸쓸한 ‘홀수’이었으나 이제는 어엿하게 ‘짝수’가 되 었다. 짝수가 홀수보다 엄청 좋다는 것은 앞에서 열심히 설명하였다. 더구나 유럽 등 다른 나라들의 신용등급은 걸핏하면 하향조정하는 판국인데, 우리나라는 되레 상향되 었으니 더욱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 달러-원 환율이나 혹은 주식시장에도 긍정적으 로 영향을 미칠 게다.

(그리고 이건 사족인데, 홀수라도 AAA는 짝수인 AA보다 더 좋다. 포커 노름에서도 똑같지 않은가. ‘투 페어’ 카드 아무리 쥐고 있어보았자 소용없다. ‘트리플’에 무참하게 밟힌다. 우리나라의 신용등급도 어서 AAA 등급이 되는 날을 기대해본다.)

(코스피지수 주간전망)

매주 새로운 기술적지표를 하나씩 살펴보고 있다.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러시 아 태생의 심리학자이자 트레이더인 알렉산더 엘더(Alexander Elder)가 개발한 지표 를 알아본다. 오늘 소개할 지표는 엘더의 이름을 딴 엘더레이 베어파워(Elder Ray Be ar Power)라는 지표이다. 병원에서 사람 몸속을 들여다볼 때 엑스레이(X-Ray)를 사용 한다. 엘더는 의사 출신답게 여기에 착안하여 ‘엘더레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주식 시장의 속을 들여다보고자 하는 생각에서였을 터.

엑스레이 운운하였으나 사실을 말한다면 엘더레이 베어파워는 이름 그대로 하락추 세의 힘을 뜻한다. 하락추세의 힘이 유지되는 한 하락추세이지만 어느 순간 하락추세 의 힘이 약해질 때가 바로 바닥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오늘의 저가에서 13일 지수이동 평균을 뺀 값으로 구해진다.

일반적인 경우 추세가 하락세라면 의당 주가도 하락하고 이동평균도 하락할 터. 그 런데 태생적으로 이동평균은 시장을 후행하게 되어 있으므로 하락추세가 가속화될수 록 오늘의 저가와 이동평균과의 거리는 점점 멀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 거리가 멀어질 수록 여전히 하락추세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오늘의 저가와 이동평균과의 거리가 좁혀지는 쪽으로 바뀐다면 그때가 바로 바닥이고, 따라서 결정적 인 매수의 타이밍이 된다는 것이 엘더레이 베어파워의 논리이다.

엘더레이 베어파워를 이용하여 코스피지수를 살펴본다. 8월중순 이후 엘더레이 베 어파워는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모습을 나타내었다. 다시 말하여 당일의 저가와 이동평 균과의 갭이 더욱더 멀어졌다는 뜻이다. 전형적인 하락추세의 모습이었다.

그러던 것이 지난주 금요일(9월7일)을 고비로 엘더레이 베어파워의 하락추세가 바 뀌었다. 상승추세로 돌아선 것이다. 특히 엘더레이 베어파워의 값이 이제까지는 마이 너스였다가 9월7일을 기점으로 플러스로 돌아섰다. 즉 당일저가-이동평균이 마이너스 였다면 주가가 이동평균 아래에 있었다는 뜻인데, 그게 플러스로 바뀌었다면 결국 당 일의 저가가 이동평균을 넘어섰다는 의미가 된다. 이래저래 코스피지수는 단기적으로 상승추세로 돌아섰다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참고로 다른 지표들도 같은 의견이다. 스토캐스틱, 그리고 지난주에 소개하였던 포 스인덱스 모두 매수 신호로 돌아섰다.

다만 여기서 ‘매수’ 혹은 ‘반등’이라고 하는 것은 결국 단기적인 관점이다. 엘 더레이 베어파워의 경우도 고작 13일 지수이동평균을 사용하고 있으니 관점은 단기적 일 수밖에 없다. 나는 여전히 큰 흐름은 하락추세 혹은 조정장세라고 생각한다. 지난 주와 주장은 같다. 반등을 노리는 매수도 물론 단기적으로 유효할 수는 있으나 나는 역시 반등이라도 있으면 매수 포지션을 줄이는 기회로 사용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 반등은 직전고점인 1,964 언저리에서 강력한 저항을 받을 전망. 그 수준을 쉽사리 넘길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달러-원 주간전망)

엘더레이 베어파워를 설명하였으니 그것의 쌍둥이격인 엘더레이 불 파워(Elder Ra y Bull Power)를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것은 엘더레이 베어파워와 논리가 똑같 지만 방향이 서로 반대이다. 엘더레이 베어파워는 하락추세의 힘을 측정하다가 그 힘 이 줄어드는 시점을 바닥으로 보아 매수 타이밍을 찾으려는 목적에서 만들어졌던 터. 반대로 엘더레이 불파워는 이름 그대로 상승추세의 힘을 측정하다가 그 힘이 줄어드 는 시점을 꼭지로 간주하고 따라서 매도 타이밍을 찾으려는 목적에서 만들어졌다.

산출하는 방식도 유사하다. 엘더레이 불파워는 당일의 고가에서 13일 이동평균을 뺀 값으로 산출된다. 추세가 상승세라면 시장가격이 훨훨 날아가고 그 뒤를 이동평균 이 따를 것이다. 아울러 이동평균은 추세를 후행할 수밖에 없으니 추세가 가속화될수 록 당일의 고가와 이동평균과의 간격도 점점 벌어질 것이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상승 추세의 힘이 약화되는 순간이 매도의 결정적인 시기다.

달러-원의 경우는 엘더레이 불파워를 이용하여 매도 타이밍을 찾아보도록 하자. 그 런데 이미 매도 신호는 발생하였다. 지난주 금요일이다. 그 이전까지 며칠 동안 엘더 레이 불파워의 값은 상승추세를 나타내었다. 그러다 금요일을 고비로 엘더레이 불파 워의 값이 하락세로 돌아서 버렸던 것. 그런데다 엘더레이 불파워가 마이너스로 내려 섰으니 더욱더 확실하다. 앞서 설명하였던 엘더레이 베어파워의 경우와 반대로 생각하 면 된다. 이래저래 달러-원은 이번주 들어 다시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비단 엘더레이 불파워만이 아니다. 다른 단기지표들도 같은 의견이다. 예컨대 스토 캐스틱. 이미 매도신호를 발령한 지 오래이다. 일목균형표로도 달러-원은 명백히 하 락추세이니만큼(일목균형표의 구름을 한번 살펴보라. 대체 그게 돌파나 할 수 있을 정 도인지 아닌지... 너무나도 막강하지 않은가? 도무지 상승 돌파할 가능성은 전무해보 일 지경.)매도 쪽으로 포지션을 가져가는 데에는 별달리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일단 전저점 1,124원이 목표이로되, 만일 그게 하향 돌파된다면 지지선은 잘 보이 지 않는다. 아래로 그저 뻥 뚫려 있다.



<김중근의 기술적분석START>884<김중근의 기술적분석END>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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