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이종혁 특파원 = 미 국채 가격은 무역 우려 속에서도 약보합세를 보였다.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22일 오후 3시(미 동부시간) 무렵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 종가보다 0.4bp 오른 2.902%에서 거래됐다. 이번 주 2.4bp 하락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0.8bp 상승한 2.549%에 움직였다. 한 주간 0.8bp 내렸다.

3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0.2bp 높은 3.045%에 거래됐다. 일주일간 거의 변동이 없었다.

10년과 2년물 국채수익률 격차는 전장 35.8bp에서 35.3bp로 움직였다.

국채수익률은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국채가는 무역 긴장 속에 하락 개장했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위협 발언에 낙폭을 줄였다. 10년물은 한때 2.928%였다.

시장은 미 경제지표, 미국 무역협상, 뉴욕증시와 신흥시장 동향, 유가 움직임 등을 주목했다.

전날 국채가는 세계 정치 불확실성, 뉴욕증시 약세 등으로 안전 선호 현상이 강해져 올랐다.

미국과 무역 상대국들의 관세 부과를 둘러싼 긴장은 지속하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을 통해 "오랜 기간 미국에 있던 관세와 무역장벽이 분해돼 제거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미국으로 오는 유럽연합(EU)의 모든 자동차에 2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이 다른 상품에 부과한 관세를 자동차 산업에까지 확대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다고 밝힌 지 이틀 만에 나온 것이다.

앞서 중국공산당 기관지 환구시보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 중국과의 무역 갈등을 심화할 경우, 중국은 다우 지수에 편입된 기업을 강하게 응징하는 보복을 가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내 일련의 경제적 위험 가운데 가장 큰 것은 무역 갈등이라고 진단했다.

전략가들은 무역 갈등이 세계 동반 성장세에 역풍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우려하면서도 동시에 갈등 고조는 협상 전술의 하나이고, 결국 타협점을 찾아낼 것이라는 희망 섞인 시각도 있다고 전했다.

유니크레디트의 엘리아 라투가 전략가는 "보호무역주의 정책과 무역전쟁 위협은 주요 위험이다"라며 "무역의 심각한 둔화는 실질적으로 신흥국 자산 등 위험 자산에 압력을 주면서 세계 성장 전망을 악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제프리스의 워드 매카시 수석 금융 경제학자는 "연준은 금리 인상을 지속하겠다고 약속했고, 행정부는 무역 전쟁 쪽으로 계속 이동하고 있다"며 "결국 관세 부과 위협이 최악의 시나리오를 맞지 않을 수 있는 협상으로 갈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매카시는 따라서 "우리는 채권시장이 약세를 보일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국채가는 오후 들어 낙폭을 확대했다가 다시 줄이는 모습을 보였다.

전략가들은 이번 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금리 인상 발언을 곱씹었다.

파월 의장은 탄탄한 미국 경제가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을 지지할 것이라며 다만 낮은 실업률이 가파른 물가 상승을 자극했던 1960년대 상황과 현재를 그대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또 1960년대와 달리 지금은 기대 인플레이션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짚었다.

US뱅크 웰쓰 매니지먼트의 빌 메르츠 헤드는 "파월이 지난 수요일 발언 후에 국채수익률이 떨어지면서 2주 연속 내림세로 마칠 여지를 보여준 점은 주목할 만하다"고 진단했다.

물가 지표는 상승하고 있지만, 국채수익률은 실제 떨어지는 괴리가 나타나는 셈이다. 메르츠는 채권시장에 "줄다리기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재무부는 다음 주 2천억 달러 이상의 국채 발행에 나선다. 이는 국채시장에 공급 부담을 확대할 수 있다.

전략가들은 또 미국 내 기업들이 투자자들에게 달러 강세가 실적에 타격을 주고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는 점도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주는 ICE 달러지수는 올해 들어 현재까지 2.8% 올랐다.

TD아메리트레이드의 JJ키나한 수석 전략가는 "현재로써는 다음 실적 발표에 달러 강세로 인한 엄청난 영향이 있을 것 같진 않다"면서 "그러나 10년물 국채금리가 3% 이상으로 다시 올라가고 있어 영향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10년물 국채금리는 향후 금리 움직임을 알아볼 수 있는 척도로 쓰이며 이 역시 달러 강세에 일조한다.

FTSE러셀의 알렉 영 상무이사는 "순차적인 비교를 한다면 최근 달러 강세는 분명한 현상"이라면서 "향후 몇 개 분기 동안 달러가 계속해서 오른다면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겠지만 달러 강세가 증시에 악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여기서 더 올라야 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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