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국제경제부 = 22일 뉴욕 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 산유국의 완만한 증산 결정에 급등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끄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非) OPEC 산유국들이 이날부터 이틀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회의를 열고 하루 60만 배럴 정도의 원유 생산을 늘리기로 잠정 합의했다.

그동안 하루 100만 배럴로 증산 규모가 논의됐지만, 일부 산유국이 여건상 즉각 늘릴 수 없는 상황이어서 실제 시장 공급량은 60만 배럴 정도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는 무역전쟁 우려와 국제유가 급등이 어긋나면서 혼조세를 보였다.

미 국채 가격은 무역 우려 속에서도 약보합세를 보였다.

달러화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위협 속에 혼조세를 보였다.

무역 관련 갈등은 지속했다.

중국 관영언론들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자멸적이라면서 중국의 현대화를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고 미국을 비난했다.

미·중간 무역전쟁으로 경제성장률 둔화 우려가 제기되면서 인민은행이 이르면 다음 주 제한적(targeted) 지급준비율(지준율.RRR) 인하를 발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중소기업 등에 대한 대출을 늘리는 은행을 대상으로 선택적 지준율 인하 정책을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유럽연합(EU)은 미국의 EU산 철강·알루미늄 제품 관세 부과에 맞서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 관세 부과를 단행키로 했다. EU의 보복 관세 대상은 철강을 비롯해 버번위스키, 청바지, 오토바이, 피넛버터, 크랜베리, 오렌지 주스 등 28억 유로(약 3조6천억원) 상당의 미국산 제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윗을 통해 "오랜 기간 미국에 적용되던 관세와 무역장벽이 분해돼 제거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미국으로 오는 EU의 모든 자동차에 2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이 다른 상품에 부과한 관세를 자동차 산업에까지 확대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다고 밝힌 지 이틀 만에 나온 것이다.

6월 미국 제조업 경기가 7개월래 최저치를 보였다. 서비스업 경기도 2개월래 가장 낮았다.

정보제공업체 IHS 마킷에 따르면 6월 미 제조업 PMI 예비치는(계절 조정치) 전월의 56.4에서 54.6으로 내렸다. 시장 전망치는 56.5였다.

또 6월 미 서비스업 PMI 예비치(계절조정치)는 전월 56.8에서 56.5로 낮아졌다. 5월 확정치는 2015년 4월 이후 가장 높았다. 시장 전망치는 같은 56.5였다.

IHS 마킷의 크리스 윌리엄슨 수석 경제학자는 "6월 예비치가 다소 약해졌지만 최근 수치들은 분기 단위로 보면 3년 내 가장 좋다"며 "국내총생산(GDP)이 1분기의 2.3%에서 3%로 더 높아지는 상황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윌리엄슨은 다만 "올해 들어 처음으로 제조업 생산이 수주보다 더 빨리 증가했다"며 "이는 생산이 앞으로 하향 조정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서비스업에서 신규 사업 흐름이 1월 이후 가장 약해졌다"고 덧붙였다.



◇ 주식 시장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19.19포인트(0.49%) 상승한 24,580.89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5.12포인트(0.19%) 오른 2,754.88을 기록했지만,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0.13포인트(0.26%) 떨어진 7,692.82에 장을 마감했다.

전 거래일까지 8일 연속 내려 최근 40년 동안 가장 긴 하락 기록인 9거래일 연속을 눈앞에 뒀던 다우 지수는 상승세로 전환했다. 이날 다우 지수가 하락했다면 1978년 2월의 9거래일 연속 하락과 같아질 수 있었다.

이날 상승에도 다우는 이번 주 2%, S&P와 나스닥은 각각 0.9%, 0.7% 하락했다.

시장의 관심사인 미국과 중국 및 주요국의 무역전쟁 우려는 지속했지만, 산유국 회담 결과가 투자심리에 도움을 줬다.

일각에서 중국과의 전면적인 무역전쟁을 피하고자 미국이 재협상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가운데 국제유가가 반등해 에너지주 중심으로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증산 규모가 예상보다 완만한 데다 증산 관련 불확실성이 줄어들면서 국제유가는 급등했다.

이 영향으로 셰브런과 엑손모빌 등 에너지주가 2% 이상 오르며 증시 강세를 이끌었다.

트럼프의 수입차 관세 부과 트윗 등으로 GM, 캐터필러, 보잉 등 해외사업이 많은 주식이 상승했다.

6월 미국 제조업 경기가 최근 7개월 동안 최저치를 보이는 등 이날 발표된 경제지표는 다소 부진했지만, 분기로 보면 여전히 좋다는 평가가 나온다.

뉴욕증시 전문가들은 무역전쟁 우려 속에 관망세를 이어갈 것으로 진단했다.

존 핸콕 인베스트먼트의 에밀리 로랜드 캐피탈 마켓 헤드는 "무역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속하고 있지만, 경제 기초여건은 여전히 강하다는 인식이 있다"며 "최근 하락이 완만한 것은 투자자들이 전면적인 무역전쟁으로 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그는 "무역전쟁이 기업과 소비자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치면서 영향이 확대될 수 있지만 아직은 그렇지 않다"며 "더 많은 협상이 있을 수 있어 여전히 관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변동성지수(VIX)는 전 거래일보다 5.94% 내린 13.77에서 거래됐다.



◇ 채권 시장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미 동부시간) 무렵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 종가보다 0.4bp 오른 2.902%에서 거래됐다. 이번 주 2.4bp 하락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0.8bp 상승한 2.549%에 움직였다. 한 주간 0.8bp 내렸다.

3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0.2bp 높은 3.045%에 거래됐다. 일주일간 거의 변동이 없었다.

10년과 2년물 국채수익률 격차는 전장 35.8bp에서 35.3bp로 움직였다.

국채수익률은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국채가는 무역 긴장 속에 하락 개장했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위협 발언에 낙폭을 줄였다. 10년물은 한때 2.928%였다.

시장은 미 경제지표, 미국 무역협상, 뉴욕증시와 신흥시장 동향, 유가 움직임 등을 주목했다.

전날 국채가는 세계 정치 불확실성, 뉴욕증시 약세 등으로 안전 선호 현상이 강해져 올랐다.

미국과 무역 상대국들의 관세 부과를 둘러싼 긴장은 지속하고 있다.

앞서 중국공산당 기관지 환구시보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 중국과의 무역 갈등을 심화할 경우, 중국은 다우 지수에 편입된 기업을 강하게 응징하는 보복을 가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내 일련의 경제적 위험 가운데 가장 큰 것은 무역 갈등이라고 진단했다.

전략가들은 무역 갈등이 세계 동반 성장세에 역풍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우려하면서도 동시에 갈등 고조는 협상 전술의 하나이고, 결국 타협점을 찾아낼 것이라는 희망 섞인 시각도 있다고 전했다.

유니크레디트의 엘리아 라투가 전략가는 "보호무역주의 정책과 무역전쟁 위협은 주요 위험이다"라며 "무역의 심각한 둔화는 실질적으로 신흥국 자산 등 위험 자산에 압력을 주면서 세계 성장 전망을 악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제프리스의 워드 매카시 수석 금융 경제학자는 "연준은 금리 인상을 지속하겠다고 약속했고, 행정부는 무역 전쟁 쪽으로 계속 이동하고 있다"며 "결국 관세 부과 위협이 최악의 시나리오를 맞지 않을 수 있는 협상으로 갈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매카시는 따라서 "우리는 채권시장이 약세를 보일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국채가는 오후 들어 낙폭을 확대했다가 다시 줄이는 모습을 보였다.

전략가들은 이번 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금리 인상 발언을 곱씹었다.

파월 의장은 탄탄한 미국 경제가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을 지지할 것이라며 다만 낮은 실업률이 가파른 물가 상승을 자극했던 1960년대 상황과 현재를 그대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또 1960년대와 달리 지금은 기대 인플레이션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짚었다.

US뱅크 웰쓰 매니지먼트의 빌 메르츠 헤드는 "파월이 지난 수요일 발언 후에 국채수익률이 떨어지면서 2주 연속 내림세로 마칠 여지를 보여준 점은 주목할 만하다"고 진단했다.

물가 지표는 상승하고 있지만, 국채수익률은 실제 떨어지는 괴리가 나타나는 셈이다. 메르츠는 채권시장에 "줄다리기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재무부는 다음 주 2천억 달러 이상의 국채 발행에 나선다. 이는 국채시장에 공급 부담을 확대할 수 있다.



◇ 외환 시장

연합인포맥스(6411)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현지시각) 무렵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엔화에 달러당 109.98엔을 기록해 전장 뉴욕 후장 가격인 109.98엔과 같았다.

유로화는 달러화에 유로당 1.1658달러에 움직여 전장 가격인 1.1612달러보다 0.0046달러(0.39%) 올랐다.

유로화는 엔화에 유로당 128.22엔을 기록, 전장 가격인 127.71엔보다 0.51엔(0.39%) 높아졌다.

시장은 미 경제지표, 미국 무역협상, 뉴욕증시 동향, 유가와 국채금리 움직임 등을 주목했다.

달러화는 지표 부진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위협 발언에 안전자산인 엔화에 내렸다가 낙폭을 줄였다.

전날 달러화는 무역 우려와 미 지표 부진 등에 엔화와 유로화에 모두 내렸다.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장중 2.92%로 올랐다가 2.90% 선으로 다시 내렸다.

유로화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지표 호조에 달러화에 오름세를 보였다.

유로존의 6월 합성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가 54.8로 집계됐다. 이는 시장 전문가 전망치 53.7을 웃도는 결과다. 또 전월 확정치인 54.1도 웃돌았다.

유로존의 합성 PMI는 지난 5월 18개월래 최저를 기록한 뒤 소폭 반등했다.

씽크마켓츠의 내임 아슬람 분석가는 "프랑스 제조업 PMI는 유럽에서 성장률이 1분기보다 더 2분기에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유지해줬다"며 "서비스업 PMI도 유로화를 지지하면서 강세론자들에게 추진력을 더 밀어줬다"고 진단했다.

이날 미 경제지표는 부진했다.

달러화는 오후 들어 엔화에 횡보했다. 유로화는 달러화에 좁은 폭에서 움직였다.

캐나다 달러화는 경제지표 부진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협상 관련 우려로 미 달러화에 한때 1년내 최저치로 내렸다.

전략가들은 주말 동안 치러지는 선거 이후 리라화와 터키 금융시장 변화를 주목했다.

라보뱅크는 "지난 5월 터키 중앙은행은 긴급회의 후 금리를 올리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려 신뢰성을 잃어버렸지만, 만약 앞으로 타이트한 통화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다면 리라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코메르츠방크는 "새로운 대통령이 중앙은행과 통화정책을 통제할 것인지 궁금하다"면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것으로 보이지만 AKP-MHP 동맹이 의회의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코메르츠방크는 "대통령과 의회에 권력이 분산되는 것은 주요한 불안정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략가들은 미국 내 기업들이 투자자들에게 달러 강세가 실적에 타격을 주고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는 점도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주는 ICE 달러지수는 올해 들어 현재까지 2.8% 올랐다.

TD아메리트레이드의 JJ키나한 수석 전략가는 "현재로써는 다음 실적 발표에 달러 강세의 엄청난 영향이 있을 것 같진 않다"면서 "그러나 10년물 국채금리가 3% 이상으로 다시 올라가고 있어 영향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10년물 국채금리는 향후 금리 움직임을 알아볼 수 있는 척도로 쓰이며 이 역시 달러 강세에 일조한다.

FTSE러셀의 알렉 영 상무이사는 "순차적인 비교를 한다면 최근 달러 강세는 분명한 현상"이라면서 "향후 몇 분기 동안 달러가 계속해서 오른다면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겠지만 달러 강세가 증시에 악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여기서 더 올라야 한다"고 분석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북한에 대한 기존 경제 제재를 1년 더 연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 물질 보유와 확산 위협, 핵·미사일 프로그램 추구 등을 제재 연장의 주요 이유로 꼽았다.



◇ 원유 시장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3.04달러(4.6%) 오른 68.58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이로써 이번주 WTI는 5% 이상 올랐다.

이날부터 시작된 OPEC과 비(非) OPEC 산유국의 회담에서 실제 하루 60만 배럴 정도의 원유 생산을 늘리기로 잠정 합의했다는 소식에 유가는 점차 상승 폭을 키웠다.

소식통에 따르면 그동안 하루 100만 배럴이 증산 규모로 논의됐지만, 일부 산유국이 여건상 즉각 늘릴 수 없는 상황이어서 실제 시장 공급량은 60만 배럴 정도인 것으로 추산됐다.

2016년 OPEC과 비OPEC 산유국들은 하루 180만 배럴의 감산을 합의했다.

OPEC은 성명서에서 이전에 합의된 감산에 100% 적합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수치는 제시하지 않았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하루 100만 배럴이 증산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라크는 실질 증가가 77만 배럴 정도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제유가는 하루 평균 100만 배럴가량의 증산 합의에 근접했다는 소식에 전일 하락했다. 이날 예상보다 적은, 점진적인 증산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에다 증산 불확실성이 줄면서 상승했다.

글로벌 무역전쟁 부담은 여전했지만, 주가, 채권에 미치는 영향이 줄면서 유가에도 큰 부담을 주지는 않았다.

전문가들은 산유국의 증산 관련 불확실성이 줄었다고 평가했다.

어게인 캐피탈의 존 킬더프 파트너는 "많은 새로운 원유가 시장에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최소한 현재로써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며 "한 때는 180만 배럴의 증가를 예상했지만, 60만 배럴 증가로 끝났다"고 말했다.

ICAP의 브라이언 레로즈 수석 분석가는 "100만 배럴의 증산이 즉각적으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BNP파리바의 해리 트칠링구리안 석유 전략 책임자는 "효과적인 생산량 증가는 시장에 쉽게 흡수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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