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반도체 중심의 우리나라 수출집중도가 역대 최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때 수출 선봉장이었던 선박이 2012년부터 침체기에 접어들자 우리나라 전체 수출도 덩달아 부진했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4일 산업 경쟁도를 나타낼 때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허핀달지수를 이용해 수출집중도를 계산한 결과, 품목별 수출집중도는 지난해 1천218포인트(p)로 집계됐다고 설명했다.

통계 산출이 가능한 1977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해 1∼5월도 1천210p의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품목별 수출집중도는 1990년 이후부터 계속 상승하다가 2010년 1천204p까지 올라갔다.

선박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6년 6.8%, 2009년 12.4%, 2011년 10.2% 등으로 지속 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선업은 2010년 이후 침체를 겪으며 2012∼2016년 국내 수출경기가 둔화할 때 일정 부분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현대경제연구원은 분석했다.

2000년대 이후 전체 수출 증가율과 선박 수출 증가율을 비교하면, 조선업의 수출 비중이 증가한 2000년대 중반 이후 유사한 움직임이 관측되기도 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현재 반도체에 수출 의존도 증가는 향후 반도체 경기 둔화 시, 과거 조선업의 사례와 유사하게 전체 수출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반도체 수출 비중은 17.1%, 올해 1∼5월은 20.3%에 이른다.







시장 조사업체 가트너(Gartner)의 4월 전망치에 따르면 세계 반도체 시장은 올해 11.8%, 내년 6.8% 성장하겠지만, 2020년에는 증가율이 꺾일 것으로 예측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중국 등 후발업체의 신규 공급이 본격화되는 것 역시 국내 반도체 수출의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판단했다.

김천구 연구위원은 "핀란드의 노키아 사례, 과거 조선업 침체 등 특정 산업에 의존하는 수출 구조는 산업 리스크에 취약하다"고 꼬집었다.

지역별 수출집중도 역시 199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지역별 수출집중도는 1998년 615p로 최저점을 찍고서 올해 1천18p로 상승했다.

미국 및 일본으로 수출 점유율은 줄었으나, 올해 기준 중국과 베트남으로의 수출 비중이 각각 26.4%와 8.1%까지 급증했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전쟁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양국에 대한 수출 비중은 37.6%로 나타났다.

고성장 중인 중국과 베트남이 글로벌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의 거점으로도 부상하면서 우리나라가 중간재 수출을 크게 늘리고 있다.

품목별 수입집중도는 2012년 1천514p까지 높아진 이후 2016년 799p까지 낮아졌으나, 최근 다시 1천7p까지 상승했다.

품목별 수입집중도는 국제유가 가격과 유사하게 움직이는 현상이 관찰됐다.

지역별 수입집중도는 수입국 다변화 노력으로 낮아지는 추세다.

2000년대 초 수입액 중 약 44%를 차지하였던 일본과 미국, 사우디 등 지역의 수입 비중이 올해 26.3%까지 감소하고, 중국 비중에 19.3%로 증가했다.

김 연구위원은 "반도체 경기 둔화에 선제로 대비해 주력 수출품목의 차별화 및 다양화를 통해 위험성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dd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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