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한국은행의 통화안정증권(통안채) 발행잔액이 큰 변동 없이 170조 원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외환 당국의 시장개입이 한 방향으로 쏠리지 않음에 따라 불태화 개입(sterilized intervention) 도구인 통안채가 균형을 유지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이 통화량에서 기준금리로 변경된 1999년 이후에는 불태화 개입으로서의 통안채 의미가 퇴색했다는 진단에 힘이 실린다.

통안채가 기준금리를 운용하는 유동성 조절 수단으로 기능하기 때문에 외환시장 개입과 큰 상관관계를 가지기 어렵다는 얘기다.

25일 연합인포맥스 채권 발행 만기 통계 추이(화면번호 4236)에 따르면 이날 현재 통안채 발행 잔액(말잔)은 171조500억 원으로 지난해 말 170조8천600억 원 대비 소폭 늘어난 데 그쳤다.

2016년 말에 전년 대비 12조5천억 원 감소한 168조4천억 원을 나타낸 이후 대체로 통안채 발행잔액은 170조 원 부근에 머물고 있다.

통안채는 경상수지 또는 외국인 투자자금 등으로 시중의 원화 유동성을 기조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을 경우 발행 또는 상환하는 수단이다.

은행 간 콜 금리를 기준금리 수준에 맞춰 움직이도록 하기 위한 목적에서 환매조건부 증권(RP) 매매, 통화안정 계정과 함께 유동성 조절 수단으로 쓰인다.

한은과 기획재정부 등 외환 당국이 시장에서 달러를 사고 판 것에 대응해 통안채를 발행하거나 상환하는 용도는 매우 미미한 것으로 파악됐다.

통안채 발행량을 통해 시장개입 규모를 추정할 수 없다는 의미다.

최근 외환 보유액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것은 개입 영향이 아니라, 해외 정부채 등의 운용수익이 반영된 결과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금리로 통화정책이 바뀐 뒤에는 유동성을 조절하는 기능이 핵심"이라며 "외환시장 개입과 통안채의 직접적인 상관관계는 아주 예전 이야기"라고 말했다.

시중에 공급된 지준 규모는 약 260조 원 수준으로 한국은행의 필요 지급준비예치금은 대략 60조 원이고, 그 외 관리해야 할 유동성이 200조 원정도이다.

한은 연차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유동성 조절 필요 규모(평잔)는 201조 원으로 2016년 202조3천억 원에서 소폭 감소했다.

이 가운데 통안채는 170조2천억 원, RP는 14조4천억 원, 통안 계정은 16조4천억 원을 담당했다.

약 200조 원에 달하는 유동성은 한은이 과거 외환 보유액을 대규모로 확충하는 과정에서 시중에 원화가 대거 풀린 것에 기인한다.

기조적으로 200조 원 규모는 통안채 등으로 묶어 놔야 한다.

이는 대다수의 경제학 서적에 기재된 내용과 다소 다른 뉘앙스를 가지고 있다.

한은행이 2016년 발간한 '한국의 외환제도와 외환시장'에는 외환시장 달러 매입 개입 시 '한은은 공개시장조작(운영) 등을 통해 증가한 통화를 환수하고 있다'고 적혀있다.

한은 관계자는 "불태화 개입 개념은 통화량 중심의 통화정책에서 쓰였던 용어"라며 "통안채 발행에 외환시장 개입은 작은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dd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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