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미국인의 영혼은 냉정하고, 고립적이고, 금욕적이고, 살인자다. 이것은 아직 누그러진 적이 없다." D.H. 로런스라는 영국 작가가 거의 100년 전 미국에서 1년 정도 지내면서 미국 고전 문학에 대한 연구 등을 통해 남긴 평가다. 이 구절은 고등학교 총기 사건 등과 관련한 미국인의 폭력 역사와 관련돼 인용되기도 한다. 이번에는 '폭력성' 보다는 '금욕적'이라는 부분에 대해 다루려고 한다.



월가의 미국인을 금욕적이라고 할 수 있는가.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탐욕적인 곳이라고 부를 수 있는 '월가'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과거로 돌아가 보면 미국인이 금욕적이란 부분에 대해 설득력을 제공해줄 사례가 있다. 초기 미국인은 유럽에서 건너왔고, 정착민들은 영국에서 박해받던 청교도 인들이었다. 이들은 엄격한 생활윤리와 금욕주의를 삶의 틀로 신대륙을 개척했고, 세계 최강의 국가가 됐다.



이런 전통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고, 지난 금융위기 이후 다시 강해진 측면이 있다. 최근 프로젝트 그룹 '타임 오프' 설문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인들은 평균 17.2일의 휴가를 썼다. 이는 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여전히 과거보다 휴가를 적게 쓴다. 미국인들은 1978년부터 2000년까지 매해 평균 20.3일의 휴가를 썼다. 또 52%의 미국인이 지난해 쓰지 않은 휴가가 있으며, 24%는 일 년 이상 유급 휴가를 쓴 적이 없다고 답했다.



미국인들이 휴가를 덜 쓰는 이유는 직장에서 업무에 덜 헌신적으로 보이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으로 응답했다. 또 휴가를 내고도 여행을 꺼린다는 증거도 있다. 미국인은 일 년에 평균 8일 정도만 여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CNBC에 따르면 미국에는 법정 최저 유급 휴가나 유급 공휴일이 없으며, 이는 고용주와 고용인이 근로 계약의 일부로 협상할 대상이다. 이제 미국인이 얼마나 금욕주의 적인지 유럽과 비교해보자. 프랑스와 덴마크 근로자들은 공휴일을 포함해 일 년에 법정 유급 휴가가 36일이다. 같은 유럽권의 영국은 28일, 스웨덴은 34일에 달한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미국인이 못 쓴 휴가가 경제적 가치로 2천550억 달러 정도이며, 이는 190만 명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말 세율 인하로 실소득이 늘어난 데다 실업률이 2000년 4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진 미국인들이 올해에는 얼마나 휴가를 자신 있게 쓸 것인지 궁금해진다. 휴가 일수 증가세가 경기 확장기 후반 미국인의 성장 낙관론과 소비 자신감을 보여주는 지표일 수 있어서다. (이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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