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상반기 매주 WMP 3천700개 발행

디폴트 보고 거의 없어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중국 그림자 금융의 대표격으로 알려진 자산관리상품(WMP)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은행권에 대한 규제 압박이 커지면서 하반기로 갈수록 WMP 관련 디폴트(채무불이행)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12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은 하반기에 은행들이 다른 금융기관에서 사들인 WMP와 관련한 문제가 터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은행권에 대한 WMP 규제 강화와 자금 조달 압박에 은행들이 WMP를 회수할 경우 손실에 직면한 상품들이 쏟아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무디스의 데이비드 인 중화권 부채자본시장(DCM) 담당 헤드는 "은행들은 통상 다른 은행들의 무보증 WMP는 비공식적인 합의상 무위험 상품으로 간주한다"라며 "그러나 최근 규제와 시장 변화로 WMP가 기대 수익률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분쟁은 늘어나고, WMP를 판매한 은행은 은행 간의 비공식 합의를 인정하지 않으려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 헤드는 "예를 들어 만약 WMP의 만기가 도래했지만, 매각 은행이 해당 상품을 발행한 적이 없다고 발뺌할 경우 이런 상황에서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화태금융의 첸수진 수석 애널리스트도 "은행들은 무보증 WMP에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원하는 수익률을 달성하지 못했더라도 이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얘기다.WMP는 개인 투자자들로부터 통상 6개월 이내의 단기로 자금을 조달해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주식, 회사채, 파생상품 등에 만기 1∼2년가량의 장기로 투자하는 상품이다.

피치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에만 매주 평균 3천700개의 WMP가 발행됐지만, 지금까지 중국 은행 가운데 관련 상품의 손실을 보고한 경우는 단 한 건에 그쳤다.

피치는 "손실 비율이 이례적으로 낮은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하반기 관련 상품의 만기가 도래하면서 디폴트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민생은행이 투자자들에게 판매한 30억 위안 규모의 WMP가 사기사건에 연루돼 증발하면서 WMP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당시 베이징의 민생은행 한 지점장은 가짜 은행인수어음을 은폐하는 과정에서 투자자들에게 WMP를 팔아 모은 자금으로 어음을 현금화하는 데 유용해 문제가 됐다.중국은행들이 발행한 WMP는 대부분 개인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으나, 지난 몇 년간 은행 간의 WMP 투자도 크게 증가했다.

은행감독관리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WMP의 50%는 개인 투자자가, 20%가량은 은행들이, 나머지는 기관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다.

은행들이 다른 은행들의 WMP를 보유한 경우는 2014년 단지 3.3%에 그친 데서 크게 늘어났다.

마르코 야우 CEB 인터내서널 리서치 선임 애널리스트는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지 못한 중소형 은행들은 분기 말 자금 압박이 커질 때 여전히 WMP를 주요 차입 도구로 활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때문에 지난달 WMP 금리가 16개월래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은행 당국이 대차대조표에 드러나지 않는 은행들의 WMP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분위기는 달라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무디스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중국 은행들은 은행 간 시장에서 양도성예금증서(CD)를 발행해 모은 자금으로 이를 다른 은행들이 발행한 WMP에 투자하는 관행이 있었다.

하지만 당국이 규제 고삐를 죄면서 CD와 WMP 간 듀레이션 차이에 따른 만기 상환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야우 애널리스트도 "2015년에 WMP 펀드의 절반 이상이 채권시장에 투자됐으며, 당시 일부 운용사들은 더욱 많은 채권을 사기 위해 기존 채권을 레포 시장을 통해 단기 자금을 빌리기 위한 담보물로 사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서 채권시장의 레버리지가 크게 높아져 은행들이 과도한 위험을 떠안게 됐다"고 지적했다.

올해 들어 중국 당국이 WMP를 은행의 대차대조표에 포함하고 관련 규제를 강화한 이후 은행들이 발행한 WMP 규모는 줄어드는 추세다.

은행이 발행한 WMP 잔액은 5월 말 기준 28조4천억 위안으로 작년 말의 29조1천억 위안에서 줄어들었다.

문제는 WMP 발행이 줄어들면서 은행들의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WMP가 계속 빠른 속도로 증가 추세면 계속 재차입을 통해 기존 상품을 갱신할 수 있지만, 발행이 줄면 만기 연장이 어려워 손실이 불가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당국이 그림자 금융 축소에 좀 더 신중한 태도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야우 애널리스트는 현재 WMP가 관리하는 투자 풀만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40%에 달한다며 이 때문에 당국의 그림자 금융 단속이 과거처럼 공격적이진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발행사가 WMP를 한 번에 회수하면 중국 경제는 '악몽'에 빠질 것"이라며 "하나가 잘못되면 도미노 효과로 전체가 재앙이 될 수 있다. 정치적 전환기에 당국은 이러한 상황을 원하진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ysyoon@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