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일자리를 늘리고 소득도 늘려 국민에게 행복을 가져다주겠다.' 문재인 정부를 상징하는 대표 정책 슬로건 중 하나다. 그래서 미디어들은 이번 정부를 '일자리 정부'라 부른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 고용은 역대 정부 중 최악의 성적표를 거두고 있다.

그 어느 과거 정부보다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얻고 있는 현 정부지만 경제만큼은 뜻대로 되지 않나 보다. 특히 일자리에선 더더욱 그렇다.

고용 지표는 시간이 갈수록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5월 취업자 수는 작년 같은 달에 비해 7만2천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취업자 증가 인원은 지난 2월부터 3개월 연속 10만명대로 주저앉은 것도 가히 충격적인데 지난달에는 7만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렇다고 실업률 지표가 개선된 것도 아니다. 실업은 4.0%로 1년 전보다 0.4%포인트 올라가 5월 기준으로는 2000년 이후 18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청년 실업률은 말할 것도 없다. 청년 실업률은 10.5%로 1년 전보다 1.3%포인트나 올라 사회적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청년 실업 문제는 우리 사회의 아픈 손가락이 된 지 이미 오래된 얘기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본인 스스로 5월 취업자 수가 발표되고 나서 "충격적이다, 우리가 잘못했다"라고 할 정도니 최근 고용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그동안 추경이다 뭐다 돈을 쏟아 부어도 우리 경제지표는 고용 지표 뿐 아니라 뭐 하나 똑 부러지게 나아지는 것이 없다.

올해 정부가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준다며 투입한 예산만 2조9천억원이다. 그런데 왜 고용 지표는 갈수록 악화되는 것일까. 원인을 알아야 해결 방안도 찾을 수 있다.

재정 투입 대비 고용 개선 효과가 바로 나타나는 산업은 건설업이다. 그런데 건설업이 부진의 늪에 빠지면서 고용 지표가 악화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지난 5월 건설업 취업자 증가자 수는 4천명이다. 취업자 수는 늘었지만, 작년과 비교하면 터무니없는 수준이다. 작년 월평균 건설업 취업자 수는 11만9천명에 달했다.

건설업 경기와 궤를 같이하는 부동산까지 침체될 조짐이어서 올해 건설업에서 고용이 늘어나길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재건축 규제강화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예산이 작년보다 20%가량 감소했기 때문이다.

제조업 취업도 조선업 구조조정과 자동차 판매 부진이 이어지고 있어 나아질 기미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음식과 숙박업 등 취약 업종의 취업자 수도 중국 사드 보복과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만3천명이나 감소했다.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소득도 올라야 한다. 누구나 공감하지만, 각종 경제지표가 경고음을 보내고 있는 만큼 속도 조절이 필요해 보인다. 정부도 이를 분명 인식하고 있다.

지난 26일 청와대는 경제수석과 일자리수석 등 경제 라인을 물갈이했다. 고용 부진에 따른 문책성 인사라 봐도 무방하다.

밀라노의 천재 경제학자 마테오 모텔리니는 "경제는 감정으로 움직인다"고 말했다. 감정에 휘둘리면 경제를 망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한 말이다. 일자리를 늘리고 소득을 증대하겠다는 건 국민 행복을 위한 이번 정부의 핵심 목표 중 하나다. 일부 정치인을 위한 목표가 아니다.

따라서 정부 역시 일자리와 소득을 늘리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내가 옳다는 고집을 버리고 이성적으로 현 경제 상황을 냉철하게 바라봐야 한다. 경제를 자칫 정치 논리로 접근하다 보면 실패할 확률만 커진다. 이번 정부의 경제정책이 실패하면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의 몫이 된다는 점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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