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이효지 기자 = 부동산 과열위험은 우리나라만의 고민은 아니다. 미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가 주택가격 상승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으로 저금리 기조가 오래 유지됐고 부진한 주택공급, 대출규제 완화, 경기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 때문으로 풀이된다.

29일 국제통화기금(IMF)의 글로벌 주택가격지수도 지난해 3분기에 159.57을 기록,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 지수는 2008년 1분기 고점을 찍은 뒤 금융위기 영향으로 하락했다가 오름세를 재개했다.





<글로벌 주택가격지수, 출처:IMF>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결제은행(BIS)의 주택가격지수로 산출한 글로벌 부동산 가격지수도 2017년 2·4분기 들어 금융위기 이전 최고치를 10% 이상 웃돌았다.

신흥국에서는 중국, 콜롬비아, 헝가리, 라트비아, 터키, 슬로바키아, 선진국에서는 호주, 오스트리아, 캐나다, 아일랜드, 룩셈부르크, 뉴질랜드, 스웨덴, 이스라엘을 부동산 버블 위험이 큰 국가로 분류했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신용이 2016년에 4.7%포인트(p) 오르며 중국(5.6%p), 노르웨이(6.2%p)와 더불어 상위권이었다. 전국 평균으로는 거품 양상이 뚜렷하진 않았지만, 서울의 소득대비 주택가격(PIR)은 홍콩, 베이징 등과 더불어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금융위기의 진앙이었던 미국도 주택가격이 지속해서 오르는 중이고 국지적으로 부동산 과열이 나타나고 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케이스-실러 20대 도시 주택가격지수는 지난 3월 210.48로 역대 최고 수준을 경신했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기존주택 중간 판매가격은 대다수 지역에서 역대 최고치를 나타내고 있다. IT 산업으로 노동 시장이 활성화돼 있는 서부지역이 상승세를 주도하는 모양새로,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전국 평균인 27만9천달러를 훌쩍 넘어 역대 최고치인 160만달러에 달했다.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물가상승률이 낮은 상태에서 주택가격이 지금처럼 급등하는 것은 버블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중국도 도시화에 따른 실수요, 대체투자처가 부족한 데 따른 투자 쏠림으로 큰 폭의 상승세를 나타냈으나 정부의 부동산 안정화 정책으로 지난해부터 대도시를 중심으로 주택가격 상승세가 둔화했다.

중국인의 부동산 투자 비중이 높고, 중국 경제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15%를 차지하는 점을 고려할 때 중국 부동산 시장의 둔화가 세계 경기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과열을 억제하는 동시에 거품붕괴에 따른 경착륙을 막는 정책이 필요한 이유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주택가격 상승을 부추긴 저금리 기조도 끝났다.

정영식 KIEP 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통제가 강하고 주택 수요가 탄탄해 단기간에 부동산 가격이 급락할 가능성은 작지만, 중국의 부동산 가격 조정 등으로 실물경기가 둔화하거나 국지적 금융위기가 가능성은 큰 편"이라고 지적했다.

hj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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