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병극 기자 = 한동안 지칠 줄 모르고 상승하던 집값이 조정기를 맞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여간 지속된 글로벌 저금리 기조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계기로 서서히 마무리되는 가운데 가계대출 및 부동산 규제정책이 서서히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 부동산가격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조정국면을 거친 것과 달리 국내 집값은 별다른 조정도 없이 급등하면서 이른바 부동산자산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부동산 과열과 가계부채 문제가 안고 있는 거시적인 위험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한층 커지고 있다.





◇ 목까지 차오른 집값…내재위험 확대

29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3월 서울지역 아파트실거래가격지수는 전년 동월대비 16.4% 상승했다. 지난 2010년 1월의 17.9% 이후 8년여 만에 최고치다.

아파트실거래가격지수가 실제 아파트 거래가격 및 가격변동률을 지수화한 수치라는 점에서 서울 아파트값이 1년전에 비해 거의 20% 가까이 상승했다는 의미다.

이는 올해 1분기 가구당 평균소득이 476만3천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3.7% 늘어난 것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은 수준이다. 여러 종류의 상품가격을 종합해 평균한 수치인 소비자물가가 지난 3월 1.3%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욱 커진다. 결국 가계소득은 소득은 별로 늘어나지 않는 데 아파트값만 유독 치솟았다는 의미다.

지난해 서울지역 집값은 연소득 대비 9배 가까이 높았다. 연소득 대비 주택구입가격 배수(PIR)가 중위수 기준으로 8.8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는 향후 부동산에서 자본이득이 발생할 것이란 믿음이 그만큼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번 정부에서 각종 부동산 및 가계부채 대책을 내놓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특히 부동산가격이 지속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다음 세대가 높아진 가격에 사줄 수 있어야 하지만, 다음 세대의 인구가 줄고 청년층의 경제력이 취약한 현실에서는 지속성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한국의 경우 가계의 총자산 중에서 토지와 건물 등 부동산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75%에 달하는 실정이다. 더욱이 부동산가격이 각종 대출을 통해 금융부문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한국경제에 거시적인 위험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 연착륙 필요성…세계 각국도 규제 강화

이렇다 보니 최근 국내외에서 부동산 버블에 대한 경고도 이어지고 있다.

일본의 부동산 붕괴와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충격이 재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부동산가격에 대한 선제적인 관리와 연착륙 유도가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글로벌 부동산가격이 최근 위기 이전 수준을 넘어설 정도로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글로벌 부동산 버블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국내 부동산시장의 버블 리스크에 체계적이고 통합적으로 점검할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5일 취임 1주년 간담회에서 "주택시장이 안정세로 접어들고 있다"며 "부동산 불안요인이 아주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시장과열이 재연된다면 즉각 추가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정부는 경기부양을 목적으로 부동산 정책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기와 맞물려 국내에서도 부동산가격 연착륙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됐다.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통해 꾸준한 관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우리나라 금융부문의 부동산 위험 노출도는 최근 몇 년 사이에 크게 높아져 이미 위험수위에 도달했다"며 "가계 자산구성에서 부동산 선호도가 변화할 가능성이 있어 금융기관과 감독 당국은 자산위험도 재평가와 신 DTI 등을 통해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형근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3년 동안 글로벌 부동산가격은 부동산 탈규제와 저금리 등에 힘입어 상승했으나,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각국의 부동산가격이 조정받고 있다"며 "세계 각국도 급등한 주택가격을 통제하기 위해 부동산 대출규제와 세금규제 등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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