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중국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규제 고삐를 채우면 채울수록 중국의 부동산 가격은 고공행진이다.

일부 도시에서 부동산 가격이 조정을 보이고 있긴 있지만, 한쪽을 누르면 다른 한쪽이 부풀어 오르는 '풍선효과'처럼 주변 도시들로 가격 급등세가 전이되는 형국이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광저우(廣州)에 사는 56세의 한 광고회사 임원은 광저우에서 세번째 아파트를 사려고 했으나 당국의 규제로 매입이 불가능해지자 지난 4월 규제를 피해 한 시간 거리의 포산(佛山)에 아파트를 구매했다.

그는 지금이 주택을 사야 할 적기라고 판단했다며 "정부가 시장을 통제하려 하면 할수록 가격은 더 오를 것"이라고 확신했다.

수십 개 지방정부가 각종 부동산 대책을 연이어 쏟아내고 있지만, 중국 부동산 시장이 좀처럼 꺼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은 두 개의 믿음 때문이다.

첫째, 규제가 나오면 나올수록 집을 구매할 적기를 놓칠 수 있다는 투자자들의 불안과 정부가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규제를 완화할 경우 집값이 더 오를 수 있다는 확신이 맞물린 결과다. 이 때문에 당국의 규제와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에도 여전히 주택 관련 대출은 넘쳐난다.

두 번째는 정부가 주택 가격 붕괴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중국 싱크탱크인 중국사회과학원의 니 펑페이 주택 전문 연구위원은 "정부가 부동산 시장이 대폭 조정을 받지 않게 하려고 온갖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중국 경제의 부동산 시장에 대한 의존도도 당국에 대한 이러한 믿음을 강화한다.

무디스에 따르면 10년 전 중국 부동산 부문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에 불과했으나 최근에는 다른 투자 대안이 부족해진 데다 제조업 성장이 둔화하면서 GDP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확대됐다.

특히 전 산업에 걸쳐 부채가 급증하면서 정부가 상대적으로 부채가 적은 분야에 성장을 촉진한 점도 부동산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높였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의 과열로 신규 부동산 대출의 3분의 1가량이 주택담보대출로 발생하면서 가계의 부채 부담도 크게 증가했다.

무디스에 따르면 중국 가계 부채는 현재 GDP의 42%를 넘어서 브라질, 멕시코, 터키, 러시아 등을 웃돌고 있다. 특히 지난 3년간 이 비중은 9%포인트 증가했다.

미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가계 부채가 GDP의 85%에 달했다.

중국 정책 당국은 부동산 시장의 버블을 막기 위해 규제에 나서고 있으나 동시에 투자 감소가 성장을 해칠까 우려하고 있어 부동산 가격이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지난 5월 중국 70개 주요 도시의 주택 가격은 전년동기대비 9.7% 올랐다. 전년 대비 증가율은 작년 9월의 9.3%보다 더 높아 최근의 부동산 규제를 무색게 했다.

상하이와 베이징의 주택 가격은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 22% 올라 전년의 상승률 50%와 33%를 밑돌긴 했지만, 여전히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였다.

앞서 언급한 포산에서 세 번째 주택을 산 광고회사 임원은 13년 전에 산 집의 주택 가격이 50배를 넘어섰다며 주식은 너무 위험하고, "부동산만큼 수익이 나는 다른 투자 대안이 없다"고 귀띔했다.

중국사회과학원의 니 펑페이 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주택 매매에 나서는 최대 절반가량은 투자 목적으로 집을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란저우에 53세의 한 엔지니어는 집값이 부담스럽지만,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집을 살 필요가 있다"라며 최근 집을 사기로 결심했다고 전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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