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한국은행이 두 차례에 걸쳐 경제성장률을 상향 조정했다.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 효과 0.2%포인트로 보면서 2.6% 성장률을 유지하는 동안 한은은 한 발 먼저 나아갔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3일 기준금리를 연 1.25%로 동결한 7월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지난 4월 전망치인 2.6%에서 2.8%로 상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5월 기자간담회에서 성장률을 조정하겠다고 예고한 내용 대로다.

한은이 두 차례에 걸쳐 경제성장률을 높인 것은 금융위기 직후였던 지난 2010년 이후 처음이다.

한은은 지난 2010년부터 연 3회였던 경제전망 횟수를 연 4회로 늘렸다.

◇성장률 2.8% 상향…추경 집행시 더 상승

한은이 경제성장률을 두 차례 연속 상향 조정하는 것은 7년 만일 정도로 이례적이다.

금융위기 이후 회복세가 가팔랐던 지난 2010년은 한은 성장률 전망치보다 실제 경제성장률이 높았던 시기다.

당시에는 한은이 성장률 전망치를 직전연도 경제성장률 0.2%를 고려해 4.6%(2009년 12월 전망치)로 높인 후 4월에 5.2%, 7월에 5.9%로 급격히 올렸다. 금융위기 때 바닥을 찍고 오르던 시기였기에 급격한 상향 조정이 가능했다.

한은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이토록 핑크빛으로 내놓은 것은 정부의 영향이 가장 컸다.

전승철 한은 부총재보는 경제대책, 추경, 수출 등이 성장률 상방 요인, 교역여건 악화, 사드 관련 부정적 영향 등이 성장률 하방 요인으로 꼽았다.

하지만 한은 전망치 2.8%에 정부의 추경 효과가 반영되지 않았다.

한은은 "국회에 계류 중인 추경이 집행될 경우 성장률의 추가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이 추경 효과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만큼 경제성장률이 3%에 도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드 관련 무역제한조치의 영향은 성장률 전망치에 이미 반영됐다.

장 민 한은 조사국장은 "사드 관련 무역제한조치의 부정적 영향은 지난 4월에 -2%포인트, 이번에 -1%포인트로 성장률 0.3%포인트 하락으로 반영됐다"고 밝혔다.

◇이주열, 완화정도 축소 의지…'물가 상승'의 벽

한은이 이토록 경제전망을 밝게 보고 있음에도 기준금리는 쉽게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성장세가 뚜렷해진다면 완화 정도의 축소를 검토할 수 있다"며 "성장세가 확대되면 금리를 움직이지 않아도 통화정책은 완화적"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의 발언만 보면 금리인상의 시기를 저울질하는 듯한 뉘앙스다.

물가상승률이 2%에서 기조적인 흐름을 보이지 못하는 점은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한은은 이날 통화정책방향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배경으로 "국내 경제가 견실한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나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 상승압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물가상승률 전망치 역시 종전대로 1.9%를 유지했다.

물가가 기조적으로 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선제적으로 인상한 후 효과를 제대로 내지 못한다면 한은 입장에서는 낭패를 볼 수밖에 없다.

자칫 물가상승률 부진, 가계부채 상환부담 증가 등이 부각되면서 금리 인상으로 경기회복세를 꺾었다는 책임론에 시달릴 여지도 있다.

한은은 정부의 추경 효과에 대해서도 상당히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보통 추경과 발맞춰 기준금리를 인하해오던 것을 고려하면 현 수준을 유지만 해도 완화적이라는 이 총재의 입장은 눈길을 끈다.

한은은 이날 통방문에서 앞으로 정책 방향도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변화, 주요국과의 교역여건,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 가계부채 증가세,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면밀히 점검해 가겠다"고 언급했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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