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별 볼일 없는 자질의 인물로, 능력이 부족한 대통령이다"

지난 2015년 벤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은 자신이 선임연구원으로 있는 브루킹스연구소 블로그에서 앤드루 잭슨 미국 제7대 대통령을 심하게 폄훼한 적이 있다.

당시 미국 재무부가 10달러 지폐에 미국 초대 재무장관 알렉산더 해밀턴 초상화 대신 여성 도안을 넣겠다고 발표하자 버냉키는 해밀턴의 초상화는 그대로 두고, 대신 20달러에 그려진 잭슨 대통령의 초상화를 빼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1829년부터 1837년까지 대통령으로 재임했던 잭슨 대통령은 교양이 없다는 평가와 함께 원주민 강제 이주 등 강권적인 정치 수법으로 기존 엘리트층에게 비호감인 인물이었다.

하지만 잭슨 대통령은 미영(美英)전쟁의 영웅으로 칭송받으며 서민들 사이에서는 인기가 높았다. 프랑스 역사가 프랜시스 토크빌은 잭슨에 대해 "다수자(多數者)의 노예"라며 "다수자의 의사를 알아서 헤아려 그 선두에 재빨리 선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잭슨 대통령이 대중 영합주의적인 인물이었다는 평가로 풀이된다.

이 같은 잭슨 대통령의 초상화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자신의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에 걸어둔 것은 유명한 일화다.

트럼프도 역대 대통령 가운데 지방 유세가 압도적으로 많았던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는 주로 쇠퇴하는 제조업의 중심인 러스트 벨트로 발길을 향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미국이 보호주의적인 스탠스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을 잭슨 대통령과 겹쳐 본다면 지지자의 노예가 돼 지지자의 의사를 미리 헤아려 움직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즉, 지지층이 있는 한 외부의 비판이나 마찰 등에 신경쓰지 않고 무역전쟁의 길에 앞장설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신문은 현재 시장에서 '(트럼프의) 강경한 스탠스도 중간 선거까지만', '주가가 떨어지면 생각을 고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다분히 지식층의 시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오히려 시장이 이와 같은 순진한 생각을 제쳐 두고,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뜻밖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 2016년 재무부는 오는 2020년까지 20달러 지폐 앞면 인물을 잭슨 대통령에서 흑인 인권운동가 해리엇 터브먼으로 변경한다고 공식으로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이 계획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5일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오바마 지우기에 나선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가 해리엇 터브먼을 20달러 지폐에 넣겠다는 전 정권의 계획에 대해 신중함을 보였다고 보도한 바 있다.



<미국 20달러 지폐>





<트럼프 집무실에 걸린 잭슨 대통령 초상화. 출처: 폴리티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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