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 인선을 둘러싸고 잡음이 일고 있다. 국민의 노후 쌈짓돈 635조원을 운용하는 최고 책임자를 선정하는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진실공방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진실공방이 본질을 한참 벗어났다고 지적하고 있다. 해당 후보자가 현역 시절 어떤 운용 능력을 보여줬는지 트랙레코드(Track Record:실적) 등은 언급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시장 등에 따르면 모 자산운용사 전 대표는 CIO 공모 과정에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으로부터 사전에 지원을 권유하는 전화를 받았지만, 최종 선발과정에서 최고점을 받고도 탈락했다. 정권의 실세 중의 실세로 통하는 장 실장의 지원도 통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탈락자는 장실장 윗선의 지시가 있었던 것처럼 증언하고 있다. 마지막 검증 과정에서 병역 면제 등이 문제가 됐을 것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주장까지 난무하고 있다.

국민연금 내부 사정에 밝은 일부 전문가들은 어떤 경위로 바이(buy) 사이드의 경력이 더 돋보이는 전문가가 CIO 후보군 가운데 최고점을 받지 못했는 지가 재공모의 핵심 쟁점이라고 지적했다. CIO 후보군들이 현역 시절 어떤 운용 능력을 보여줬는지 등 트랙레코드(Track Record:실적)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국민연금은 기금의 절대규모 기준으로세계 3위, 신규자산 편입 규모로 사실상 세계 1위다. 국민연금 CIO는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구매력을 가진 자산 바이(buy) 사이드의 최고 책임자다. 정권 실세의 지원이 있다고 함부로 선임될 자리가 아니다.

국민연금 기금의 실질적인 운용 권한은 이사장이 아니라 기금운용본부장(CIO)의 몫이다. CIO 후보군은 대규모 자산에 대한 포트폴리오 수립 전략부터 자산과 부채의 듀레이션 미스매칭을 해소하기 위한 철학 등을 겸비해야 한다. CIO 후보에게 차별화된 바이 사이드 경력이 절실하게 요구된다는 의미다.

국민연금 CIO가 운용능력 보다 정권 실세의 지원 등으로 임명될 경우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혐의 등으로 전 CIO는 아직도 재판을 받고 있고 능력 있는 운용 전문가들이 줄줄이 옷을 벗고 있다. 해당 CIO는 박근혜 정권의 핵심 실세였던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고교 동문이었다는 게 발탁 배경으로 알려졌다. 셀 사이드 경력이 대부분이었던 탓에 운용능력에 대한 트랙레코드(Track Record:실적) 등도 검증되지 않았다. 삼성물산 합병에 대한 잡음 등으로 만신창이가 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이어받은 다음 CIO도 최 전 부총리의 고교 동문이었다. 역시 바이사이드 보다는 셀사이드 전문가로 통하던 인물이었다. 당시 초대형 펀드 등의 운용을 책임졌던 인물도 유력 후보로 거론됐지만 정권실세의 지원을 넘어서지 못했다. 당시 고배를 마신 바이사이드 전문가는 대형 국제금융기관의 투자책임자로 발탁됐고 현재도 맹활약 중이다. 아까운 인재를 놓친 셈이다.

CIO 후보 검증 과정에서 바이 사이드 경력의 차별성 등이 문제가 됐다면 환영할 일이다. 권력 실세의 낙점도 시장의 검증을 통과하지 못하는 등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다만 내정된 후보가 최종 검증을 통과하지 못한데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었던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이제 국민연금 CIO 후보는 금융시장의 잣대로 선임해야 한다. 금융시장은 현역 시절 어떤 운용 능력을 보여줬는지 트랙레코드(Track Record:실적) 등만 보면 어느 후보가 적임인지 금방 안다. (취재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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