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사익편취 규제를 강화할 가능성이 과거 어느 때보다 높아지면서 재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공정위는 총수일가 지분율 20~30%인 상장사와 규제대상 회사의 자회사를 규제대상에 포함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받는 기업은 지금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는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의 지분을 매각하거나 내부거래를 줄이는 등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 공정위, 사익편취 규제강화 카드 '만지작'

9일 공정위에 따르면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별위원회는 지난 6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방안 마련을 위한 2차 공개토론회를 열고 사익편취 규제대상을 확대할지와 그 방식 등을 논의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기업집단에 속한 회사가 총수일가 지분이 30% 이상인 계열사(비상장사 20% 이상)와 연간 거래총액 200억원 이상의 내부거래를 하면 규제대상이 된다. 내부거래 비중이 평균 매출액의 12% 이상일 때도 규제를 받는다.

논의결과 현행 기준을 상장사와 비상장사 모두 20%로 일원화하고, 이들이 50% 초과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도 규제대상에 포함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렇게 공정거래법이 개정되면 사익편취 규제대상은 지난해 기준 203개에서 441개로 증가한다. 총수일가 지분 20~30%인 상장사 24개와 규제대상 회사의 자회사 214개가 새롭게 규제대상이 된다.

지난 3일 공정위가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웰스토리,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 등에 조사관을 보내 일감 몰아주기 관련한 현장조사에 착수한 것도 사익편취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실제 조사대상 중에서 삼성웰스토리와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가 주목받았는데 이 회사들은 현재 사익편취 규제대상이 아니다.

이들 회사는 삼성물산의 100% 자회사다. 하지만 삼성그룹에서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 단체급식·식자재유통 업체 삼성웰스토리의 내부거래 비중은 회사 설립 이후 꾸준히 36~40%를 유지하고 있다. 경쟁사 대비 높은 수준이다. 작년에도 매출액 1조7천324억원 중에서 내부거래로 올린 매출액은 6천657억원이다. 내부거래 비중이 약 38.4%이다.

건축설계 등을 하는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도 지난해 매출액 2천126억원 중에서 내부거래로 올린 매출액은 1천442억원이다. 내부거래 비중이 약 67.8%에 달한다.

◇ 재계 '좌불안석'…"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이처럼 사익편취 규제가 강화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면서 재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규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총수일가의 지분을 추가로 매각하거나 내부거래를 축소하는 등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는 탓이다.

롯데그룹의 시스템통합(SI) 업체 롯데정보통신이 대표적인 예다.

비상장사 롯데정보통신은 지난해 5월 기준 총수일가가 지분 24.8%를 보유한 회사였다. 사익편취 규제대상이었다. 하지만 롯데정보통신은 물적분할과 합병을 통해 규제를 회피했다.

롯데정보통신은 지난해 11월 롯데IT테크(존속법인)와 롯데정보통신(신설법인)으로 물적분할했다. 롯데IT테크는 지난 4월 롯데지주에 흡수합병됐다. 이에 따라 롯데정보통신 최대주주는 롯데지주(지분율 100%)가 됐다.

롯데정보통신은 규제를 회피하면서 내부거래를 지속했다. 별도기준 지난해 롯데정보통신 매출액 1천232억억원 중에서 내부거래로 올린 매출액은 1천153억원이다. 내부거래 비중이 93.6%다.

하지만 공정거래법이 개정되면 롯데정보통신은 총수일가 지배회사의 자회사(지분율 50% 초과)라서 규제대상이 된다. 공정위 조사를 받는 삼성웰스토리와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도 롯데정보통신과 유사한 사례다.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상장사)은 내부거래 비중이 높으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 총수일가 지분율이 25.34%라서 현재 규제대상이 아니다.

실제 별도기준 한진칼의 전체 매출액 588억원 중에서 내부거래로 올린 매출액은 567억원이다. 내부거래 비중이 96.5%다. 사익편취 규제기준이 상장사와 비상장사 모두 지분율 20% 이상으로 바뀌면 한진칼은 내부거래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

재계 관계자는 "사익편취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지분율을 상장사 30% 미만, 비상장사 20% 미만으로 맞췄던 총수일가가 적지 않다"며 "공정거래법이 개정되면 총수일가가 지분을 추가로 매각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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