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장순환 기자 = "소비자보호에서 감독 역량을 이끌어감으로써 어떻게 보면 금융회사들과의 전쟁을 지금부터 해 나가야 하는 부분이 아닌가 생각한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9일 취임 후 첫 번째로 열린 '금융감독 혁신 과제' 발표에서 금융회사들과의 '전쟁'을 언급하면서 향후 금감원의 감독 강화 의지를 시사했다.

금감원은 최근까지 금융사의 자율 규제에 초점을 맞추고 금융정책을 추진했지만, 윤 원장의 '전쟁' 발언으로 금감원의 정책 추진 방향이 과거와 같은 직접 감독 강화로 바뀔 가능성이 커졌다.

윤 원장이 금융감독 강화의 철학을 취임 후 첫 간담회에 일성으로 가지고 나온 것은 최근 들어 삼성증권의 배당 사고 등 금융권에 발생한 여러 사건이 소비자보호라는 가치에 역행하고 있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실제 윤 원장이 금융회사와 전쟁을 언급한 부문은 불완전 판매에 대한 강한 감독 의지를 밝히면서다.

그는 "불완전 판매는 최근 여러 금융권에서 오히려 확대되는 추세"라며 금융회사들과의 전쟁 가능성을 언급하고 "단기적으로 감독의 강화라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후 윤 원장은 '전쟁'이라는 표현이 기존 금감원 정책 실패했다고 봐야 하느냐는 질문에 "'전쟁'이란 표현 썼는데 조금 과한 것 같다"고 한발 물러나면서도 "결과적으로 피해 보는 건 소비자들로 저희가 책임이 있고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자율 규제보다는 감독 강화의 의지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어 "(금감원) 감독·검사 역량의 많은 부분을 불완전 판매에 집중하고자 한다"며 "금융이 발전하면 이런 부분도 확대되게 마련이고, 해외의 경우도 이 문제가 감독 당국의 주된 업무로서 부각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윤 원장은 감독 강화 의지를 표명하며 검사의 실효성 제고를 위해 금융회사의 경영실태를 큰 그림에서 파악하고 개선하도록 하는 종합검사 제도의 부활을 발표했다.

금감원은 진웅섭 전 원장 시절이던 2015년 2월 자율 규제를 강조하며 금융사에 대한 종합검사를 폐지했다.

당시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였던 윤 원장은 종합검사 폐지가 감독 정책상 혼선을 초래할 뿐 아니라 금융감독 체계를 무력화해 소비자의 피해를 늘릴 수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종합검사가 부활하면서 다시 검사 강도와 징계 수위가 커질 가능성이 늘어났다.

특히, 금감원은 금융회사 경영이 소비자보호 등 감독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회사에 대해서 선별해 종합검사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유인부합적' 종합검사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또한, 금융회사의 규모위험 정도 등을 고려하여 합리적 제재가 이루어지도록 비례적 억제적으로 양정기준을 조정하고 위규 재발방지 등 제재의 준법경영 유도 효과를 제고하기 위해 선진적 대체 조치수단 도입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따라서 핵심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상대적으로 규모나 중요성이 큰 주요 금융지주사의 은행이나 삼성과 미래에셋 등 금융그룹을 대상으로 한 종합검사의 가능성도 생겨났다.

실제 금감원은 보험회사의 계열사 투자주식 과다 보유에 따른 리스크를 따져 이에 상응하는 자본을 요구하는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에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이 지나치게 많다고 판단되면 두 회사는 자본을 더 쌓을 수밖에 없게 된다.

이처럼 주요 은행과 금융사들은 금감원의 종합검사 부활 등 다시 과거와 같이 검사 강도와 징계 수위가 올라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종합검사의 폐지는 자율 규제 강조에 상징성인 조치였던 만큼 종합검사가 부활하게 되면 과거같이 금융당국의 감독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신임 금융감독원장의 '전쟁' 발언 역시 감독 강화 의지의 한 부문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sh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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