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윤성현 기자 = 미국의 대안으로 떠올랐던 유럽(EU)마저 자국의 철강산업 보호를 위해 철강에 대해서 세이프가드를 잠정 발동하면서 국내 철강업계는 다시 수출 다변화를 고민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수입 철강제품에 대해 세이프가드, 즉 긴급수입제한조치를 잠정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EU는 최근 몇 년간 수입량을 반영해 쿼터량을 결정하고 쿼터량을 초과하는 제품에 대해선 25%의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앞서 EU 집행위는 지난 3월 말부터 세이프가드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지난 3월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철강 관세로 수입산 철강이 EU에 덤핑으로 유입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미국에 이어 유럽으로의 '수출 통로'가 막히면서 국내 철강업계는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 철강업계의 EU 수출 규모는 최근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기준 한국 철강사의 EU 수출 규모는 330만톤이다. 지난 2012년 수출 규모(145만톤)와 비교하면 128% 성장한 수치다.

수출 물량의 대부분은 포스코, 현대제철 등 '철강 빅2'가 차지하고 있다. 유럽 수출 물량의 75%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생산하는 판재류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미국의 대안이었던 EU마저 세이프가드가 발동되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어느 지역에 수출 다변화를 해야 할지 고민하게 됐다"이라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EU 세이프가드가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모두 전체 판매량 중에서 EU의 수출 비중이 4%를 소폭 상회하는 데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김윤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제 영향을 받는 수출 물량은 4%에 크게 미달할 것"이라며 "쿼터 수량만큼은 정상적으로 수출이 가능"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세이프가드가 철강 가격의 상승 등 호재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한 전문가도 있었다. 실제로 연초 톤 710달러를 기록하던 미국의 열연가격은 미국 232조 조치 이후 현재 1천31달러로 42% 급등했다. 같은 기간 EU 또 열연가격이 570달러에서 이달 849달러로 48% 올랐으며 중국은 575달러에서 615달러로 상승한 바 있다.

박현욱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의 우려대로라면 미국으로의 수출이 막혀서 그 외 지역 철강 가격은 약세를 보여야 하지만 오히려 미국의 232조가 전 세계 철강 가격 상승을 견인에 일조했다"고 분석했다.

sh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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