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파생상품 키코(KIKO) 사태에 대한 재조사와 함께 금융회사의 노동이사제 도입을 위한 공론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윤 원장은 9일 발표한 '금융감독 혁신 과제'에서 키코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와 함께 관련 사건을 재조사하겠다고 했다.

재조사 대상은 현재 분쟁조정을 신청한 5개 기업이 대상이다. 전수조사는 아니다.

하지만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제로베이스 차원의 재검토와 현장검사를 하겠다는 게 윤 원장의 판단이다.

그간 금융위와 금감원은 키코와 관련한 전면적인 재조사는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사법 판단이 이뤄지지 않은 피해기업에 한해서만 지원할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소극적인 입장이었다.

물론 금감원이 밝힌 재조사 입장도 크게 벗어난 수준은 아니다.

다만, 윤 원장이 직접 키코 피해기업에 대한 재조사 의지를 밝힌 것은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를 더욱 강하게 시사한 것이다.

그간 금융위의 입장과는 큰 온도 차가 있다.

윤 원장은 교수 시절부터 키코 상품을 금융 사기로 정의하며 키코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강조해왔다.

지난해 금융위원장 직속 금융행정인사혁신위원회 위원장을 맡았고, 키코 사태에 대한 전면적인 재조사를 권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종구 위원장은 당시 "전면 재조사는 어렵다"며 혁신위의 권고안을 거부했다.

최 위원장은 "오랫동안 광범위하고 전문적인 논의 있었고, 검찰 조사와 대법원 판결도 모두 끝났다"며 "지난달부터 키코 공동대책위원회와 함께 재기 회생 과정 중 피해기업의 애로사항을 서면으로 조사하고 있고 면밀히 검토해 피해기업의 원활한 재기 회생 지원방안을 찾겠다"고만 했다.

키코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4월 과거 키코 상품을 판매했던 대구ㆍ산업ㆍ신한ㆍ씨티ㆍ우리은행 등 7곳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상태다.

최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재판거래로 의심되는 의혹 사례에 키코 사태도 포함됐다.

금융권 노동이사제 도입도 양측 간 첨예한 갈등이 예상된다.

앞서 최종구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기자간담회에서 "노동이사제는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며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금융공기업이 아닌 민간 금융회사가 솔선수범해 노동이사제를 도입할 필요는 없다고도 했다.

금융회사의 경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민감한 사안인 만큼 노사 간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이날 윤 원장은 '근로자추천이사제'로 표현한 노동이사제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공청회를 열겠다고 했다.

최 위원장이 언급한 사회적 합의와 윤 원장의 사회적 의견을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는 게 금감원의 입장이지만 역시나 미묘한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금융권의 평가다.

윤 원장 역시 둘 사이의 뉘앙스 차이를 인정했다.

윤 원장은 "금융위원장께서 저보다 (근로자추천이사제 도입에) 더 보수적일 것으로 생각한다"며 "공청회를 통해 여론을 더 들어보겠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 위원장이 하신 말씀은 아직 사회적으로 수용할 자세가 덜돼 있다는 뜻일 것"이라며 "공청회, 토론회 등 소통의 창을 열어 추이를 지켜보겠다"고 강조였다.

이날 윤석헌 원장의 주요 정책 방향 발표 등에 대해 금융위는 양측 간 갈등이 커질 것이란 전망에 대한 해석을 경계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키코 재조사는 전수조사가 아닌 분쟁조정 신청 기업에 한한 재조사라 기존 금융위 입장과 사실상 다르지 않다"며 "근로자추천이사제 역시 금감원이 주도적으로 도입하겠다는 게 아니라 업권의 이야기를 듣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민감한 현안을 원장이 언급했다는 사실만으로 조직간 갈등을 의심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강조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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