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장순환 기자 =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금융감독혁신 과제를 발표하면서 금융사들과 전쟁을 선포했지만, 그간 금융 당국의 강한 압박을 받아오던 카드사와 저축은행은 오히려 이번 발표에 무리한 신규 규제가 추가되지 않았다며 안도하고 있다.

10일 금융감독원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윤 금감원장은 지난 9일 취임 이후 첫 금융감독혁신 과제를 발표했다.

이번 혁신 과제에서 새롭게 등장한 카드업계의 규제는 영세 카드가맹점 지원을 위해 카드가맹점 대금 지급주기를 기존 '전표매입일(D)+2'에서 'D+1영업일'로 1영업일 단축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지급주기 단축은 이자 수익 감소와 정산 오류 가능성 증가 등의 영향이 있지만, 수수료인하 등 기존 규제와 비교하면 카드사들이 시행하기에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카드사들은 일반적으로 명절이나 연말 등 특수 상황을 앞두고 지급주기 단축을 시행해왔다.

이에 올해 설 연휴에도 225만 개 영세·중소가맹점에 대해 카드결제대금 3조4천억 원을 조기 지급한 바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조기지급에 따른 초기 이자 비용이 늘고 프로세스 구축에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다만, 과거와 비교하면 전산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고 이미 일 년에 몇 차례씩 조기지급을 해왔던 만큼 카드사에 큰 무리가 되는 방안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다만, 정산할 수 있는 물리적인 시간이 줄어든 만큼 초기 혼란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형 카드사 관계자는 "금융 당국의 영세 업자 지원 원칙에는 동의하지만 짧아진 정산 시간이 시장에 안착하기까지 초기 오류 등 불편사항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자 비용 등에서도 손실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의 경우도 전임이었던 김기식 전 금감원장은 저축은행이 대부업체와 다를 바 없는 고금리 대출을 취급한다며 질타했지만, 윤 원장은 이에 대해 유연한 입장을 나타냈다.

윤 원장은 김기식 전임 원장의 저축은행 인식에 대한 질문에 "김기식 전 원장이 약탈적 대출이라고 말한 그런 부분도 분명히 있었다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모든 대출이 약탈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혁신안에서 금감원은 법정 최고금리 인하 시 기존 차주에게도 금리부담 완화 효과가 발생하도록 저축은행의 여신거래 기본약관을 오는 4분기 개정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새롭게 강화된 규제는 아니라는 평이다.

이미 올해 법정 최고금리 인하 당시 저축은행들은 기존 고금리 대출의 갈아타기를 지원한 바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당시 저축은행들은 중도상환수수료 부담 없이 기존 대출을 상환하고 인하된 24.0% 이내에서 신규대출로 갈아탈 수 있도록 기존 대출 상환 또는 대환 시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해줬다.

당시, 중앙회는 약 20만 명의 서민이 중도상환수수료 부담 없이 금리 인하 혜택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부담되는 신규 규제는 추가되지 않았지만, 금융 당국의 규제 강화 기조는 유지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2금융권 관계자는 "종합검사의 부활 등 금감원의 감독 업무 강화에 초점이 맞춰진 혁신방안이었다"며 "부담이 되는 신규 규제가 추가되지 않았지만, 당국의 감독 강화는 금융사들에 부담될 수밖에 없고 규제 강화 분위기 역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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