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소영 기자 =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이 좀 더 신중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우리 경제의 성장세가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을 따라 정책금리를 인상할 경우, 경기 회복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10일 '한미 정책금리 역전 확대 및 외국인자금 유출 리스크 진단' 보고서에서 "한은은 현재 우리 경제 상황 및 경기 흐름을 고려한 보다 신중한 통화정책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조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정책금리와 관련하여, 한국은행이 미국의 금리 인상을 따라 금리를 올릴 경우 경기 회복에 부담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은이 표면적으로 정책금리 역전 현상에 치중하기보다는, 한미 정책금리 역전 현상의 근본 원인인 경제 성장세 회복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고서는 1995년부터 2017년까지 내외 정책금리 역전 사례를 분석한 결과, 외국인자금 유출 원인으로 내외금리차뿐만 아니라 환율 변화에 대한 기대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내외 정책금리 격차와 기대 환율 변화율을 더한 기대투자수익이 높아지면 외국인자금 유입이 늘어나고, 기대투자수익률이 낮아지면 외국인자금 유출이 늘어나는 식이다.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경우 2015년 이후 두 변수 간 상관계수가 0.5에 달한다고 밝혔다.

최근 한미 정책금리 역전 폭이 확대되었지만, 외국인자금 유입 추세가 유지된 데는 원화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한국의 기대투자수익률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하지만 6월 이후 한미 정책금리 역전 폭 확대에 원화가치도 크게 하락하면서 외국인 주식자금 유출은 확대됐다. 주가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보고서는 "향후 한미 정책금리 역전 폭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원화 약세 전망이 고조될 경우 외국인 이탈이 가속할 수 있다"며 "주가 하락, 시중금리 상승, 원화가치 추가 하락 등 충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향후 한미 정책금리 역전의 향방에 대해 조 연구위원은 미 연준의 통화정책과 경제 변화를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2001년과 2007년, 미국이 빠르게 정책금리를 인하하면서 글로벌 차원의 내외 정책금리 역전 현상들이 대거 해소되었지만, 경제 위기가 발생하면서 미국이 금리 인하로 대응했기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조 연구위원은 "만약, 이런 상황이 재연될 경우 정책금리 역전이 해소되더라도 세계 경기 둔화와 국제금융시장 혼란으로 신흥국의 금융불안 리스크가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syjeon@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