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섭 "엘리엇이 현대차 때린다고 국민이 이익 얻는 것 아냐"



(서울=연합인포맥스) 황병극 기자 =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 문제 때문에 삼성이나 현대와 같은 대기업을 외국자본에 넘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10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최한 '기업과 혁신 생태계 특별대담'에서 기업지배구조와 재벌개혁에 대한 질문에 "가족경영은 굳이 고르라면 없는 게 더 좋다고 할 수 있지만, 그걸 없애기 위해서 꼬리가 개를 흔드는 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삼성이나 현대같이 우리 온 국민이 나쁜 물건을 사가면서 키워준 국민 기업을 지금 그 가족지배 없애고 싶어서 기업의 지배구조를 와해시켜 외국 단일주주들한테 넘겨주려고 하는 것은 큰일 날 짓"이라고 덧붙였다.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현대차와 엘리엇 사태에 대해 "자기들이 필요한 것을 얻어낸 다음에 탁 튀어나가는 자본인데, 왜 엘리엇이라는 데가 삼성과 현대를 공격하니까 좋아하는 분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대기업, 한국 재벌들이 미우니까 재벌을 함께 때려주는 사람한테 환호를 보내는데, 재벌을 때린다고 해서 그 이익이 나한테 돌아오느냐. 때린다고 해서 카타르시스는 좀 될지 모른다. 그런데 내 이익은 엄청나게 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런 면에서 국민이 좀 더 냉정한 판단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신 교수는 이어 "기본적인 지배구조 개편안이 현대차그룹의 중장기 성장을 생각하는 투자자라면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엘리엇은 모비스, 글로비스 위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지주회사 체제로 할 것으로 생각하고 현대차, 기아차, 모비스 주식을 사고 글로비스 주식은 안 샀다"며 "그러면서 모비스 주주총회 앞두고 현대차 자사주 매입 늘려라, 그렇지 않으면 모비스 총회 가서 깽판 치겠다는 정도의 얘기를 했다"고 폄하했다.

그는 "이에 대해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투표자문사들이 다 엘리엇 편을 들었다. 국내 자문사들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알면서도 다 반대했다"고 주장했다.

장 교수도 엘리엇 사태에 대해 "국민은 자기한테 돌아오는 이익이 없는 데 카타르시스만 느끼는 게 아니라 손해를 보고 있다"며 "단기이윤으로 자사주 매입해라, 뭐 해라고 하면서 다 빼간다. 이런 사람들 때문에 일자리가 안 만들어지고 그 대기업과 직접 관련된 하청기업과 노동자들이 쥐어짜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기업·산업정책 과목을 채점해달라'는 요청에 "아직 학점을 보류하고 싶다"며 "옛날 학생회장 하던 친구들이 지금 들어와 아직 공부를 제대로 못 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음 학기 정도 봐야 학점을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산업정책은 수강신청을 하지 않은 것 같고, 기업정책은 본질하고 좀 벗어나 학점을 주기가 어렵든지 F 학점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경제 전반적으로 생산을 북돋웠다기보다는 생산을 더 어렵게 만든 일들이 훨씬 많았던 것 같고, 분배정책은 지난 1년 동안 그렇게 큰돈을 쏟아부었으나 분배가 더 나빠졌다"며 "그래서 경제정책 전반에 대해 F 학점을 주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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