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호 홍경표 기자 = 국민연금이 국내 기금운용본부뿐만 아니라 해외사무소까지 흔들리고 있다.

핵심 해외사무소 인재가 이탈하고, 기금운용본부장(CIO)에 실장급 운용역 공백이 길어지면서 국민연금 운용역들이 동요하고 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고성원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뉴욕사무소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고 소장은 2004년 국민연금에 입사한 베테랑 운용역으로 기금본부에서 해외채권팀장을 맡기도 했다.

사임 이유는 표면적으로 일신상의 사유였지만, 전주로의 업무 복귀가 부담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고 소장은 기금본부가 서울 강남구에 있던 2014년 뉴욕사무소장으로 임명됐다.

국민연금 해외사무소는 뉴욕과 런던, 싱가포르에 있다. 해외사무소는 글로벌 시장 정보를 확보하고 투자 물건을 발굴하면서 해외투자 '첨병'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2022년 말까지 해외투자 비중을 40% 내외로 확대하기로 하면서 해외사무소 인원도 계속 늘리는 추세였다.

하지만 해외사무소에서 전주로 복귀하는 운용역 이탈이 계속된다면 인재 유출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해외사무소로 파견 갔다가 운용역이 돌아오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면 국민연금 해외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 기금본부는 이미 국내에서 운용역 이탈로 몸살을 앓고 있다. 현재 CIO, 주식운용실장, 해외증권실장, 해외대체실장 등 주요 보직이 공석이다.

국민연금 운용역들은 이탈의 가장 큰 원인으로 기금본부 전주 이전을 꼽는다. 국민연금 운용역들은 기금본부의 전주 이전을 좀처럼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현재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은 각각 본사가 전라남도 나주, 제주도에 있으나 운용부서는 수익성 제고를 위해 모두 서울에 있다.

투자는 경쟁인데, 운용사들이 다른 기관을 제치고 지방까지 내려와 우수한 투자 기회를 가지고 오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교직원공제회, 행정공제회, 군인공제회, 과학기술인공제회, 경찰공제회 등 주요 공제회 들도 모두 여의도와 강남 등 서울 핵심 지역에 있다.

기금본부는 2013년 국민연금법 개정을 통해 전라북도에 소재하게 됐다. 국민연금공단 본사는 2015년, 기금본부는 지난해 2월 이전했다.

국민연금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금융중심지가 서울인데 600조 원이 넘는 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 기금본부만 왜 동떨어져 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전주 이전 이후 기금본부는 무난하게 운영되는 듯했지만, 위기 상황이 닥쳐오자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금리 인상에 따른 시장 변동성 확대에 국민연금 수익률은 올해 1%대로 추락했고, 대체투자 집행은 최근 6개월간 마이너스(-) 5천억 원이 넘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인재들의 기금본부 '패싱' 현상이 불거지면서 당초 38명의 신입 운용본부 직원을 채용하려고 했던 기금본부는 20여 명밖에 채용하지 못했다. CIO 인선도 '적격한' 인재를 찾지 못해 재공모까지 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실질적인 운용의 문제가 나타나면서 기금본부 시스템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장 법적 문제로 기금본부 공사화는 힘들더라도, 서울사무소 개설 등을 통해 시장과의 접점을 넓히고 수익성을 제고하자는 것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전주로 이동하고 나서 시장 사람들을 만나는 횟수가 현저하게 줄고, 소통도 기금본부 사람과만 대부분 하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연기금 관계자는 "다른 연기금들은 수익성을 위해 서울에 운용본부를 두는데 국민연금만 전주를 고집하는 이유를 모르겠고,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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