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이랜드그룹이 전환우선주(Convertible Preferred Stock·CPS) 발행을 통한 자본확충 계획에 '급제동'이 걸리면서 내부적인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이랜드그룹은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산은PE·NH PE 등으로 구성된 국내 투자자들과의 협상이 결렬된 이후 베인캐피탈과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 등 미국계 투자자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는 상황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11일 "투자조건 등 문제가 됐던 사안들에 대한 변경 작업이 수반되더라도, 이 시점에서 베인캐피탈과 아폴로매니지먼트 등을 끌어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잠재적 투자자로 거론되는 해외 투자자들의 경우 이랜드가 국내 기관들과 협상하는 과정에서 완전히 배제됐던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사 등의 투자를 위한 선행 절차에 참여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던 만큼 단기간에 유의미한 성과를 내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국내 투자자들도 혼란 가중…투자철회로 가닥

앞서, 이랜드그룹의 투자에 관심을 보였던 도미누스, 산은PE, NH PE 등도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아직 협상이 완전히 결렬된 것은 아니라고 보는 도미누스와는 반대로 내부 검토를 지속했던 산은PE와 NH PE는 이번 단계에서는 완전히 발을 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기존 투자자들의 투자조건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조건이 상이했던 점이 일부 문제가 됐다"며 "결국 리스크를 얼마나 떠안을 수 있느냐의 관점에서 검토를 하던 중 결국 보류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도미누스와 산은PE가 공동 마케팅을 통해 공격적인 투자유치에 나섰지만, 투자자들이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산은PE도 발을 빼기로 했다"고 부연했다.

당초 8천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해 투자에 나서려고 계획했던 도미누스 등 컨소시엄은 투자자 확보에 난항을 겪으면서 목표치를 6천500억원까지 낮춰 잡았다.

다만 이후에도 비슷한 상황이 지속되자 도미누스·산은PE의 자체 자금을 활용해 3천억원만 투자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나 결국 산은PE가 투자에서 빠질 수 있다는 분위기를 내비치면서 컨소시엄 자체도 힘을 잃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도미누스측은 마지막까지 1천억원 정도를 일단 투자하겠다는 의견을 보이다가 최근에는 이마저도 접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 해외투자자 확보 가능할까…협의사항 '산적'

아울러 가까스로 해외 투자자들과의 협상의 물꼬를 튼다고 해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더미'라는 평가다.

지난달 말 협상 결렬이 알려진 이후 기존 메리츠 CPS 행사일까지 다가오면서 이랜드그룹은 현재 내부적으로 매우 분주한 상태다.

새로운 투자자들의 까다로운 투자조건을 모두 맞추기도 쉽지 않다는 평가다.

자금조달 구조가 완전히 바뀐 만큼 수익률과 담보설정 등의 이슈는 물론 투자금에 대해 콜옵션을 붙여줄 수 있는지를 두고도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투자금 전액에 콜옵션을 붙여줄 것을 희망하는 반면 CPS 발행사인 이랜드 입장에서는 이를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라고 평가했다.

최근 투자 철회를 예고한 메리츠와 앵커에쿼티 등의 사태가 재차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메리츠와 앵커에쿼티는 총 5천억원 규모로 투자한 CPS에 대해 이랜드 측이 콜옵션을 행사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기존 투자자들의 콜옵션 행사 요구로 투자유치가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진 만큼, 이랜드 측도 이번에는 신중을 기하고 있다는 평가다.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할 권리를 갖는 CPS의 경우 세부 투자조건에 따라 범위에 차이가 있지만 투자자들이 풋옵션을 보유할 경우 부채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다 보니 부채비율 개선 등 자본확충이 최우선순위인 상황에서는 발행사가 콜옵션을 보유하는 쪽으로 딜 구조를 가져가는 경우가 많다. 이랜드그룹 또한 정확히 같은 케이스다.

업계 관계자는 "콜옵션을 행사를 위한 트리거 조건들을 유리하게 맞춰 놓을 경우 실질적으론 풋옵션에 준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만큼 이는 투자자들에겐 유리한 전략인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당사자인 이랜드 입장에서는 향후 부담이 커질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단 이달 16일로 예정됐던 메리츠 보유 CPS(3천억원 규모)에 대한 콜옵션 행사가 연기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는 점은 호재다. 빡빡한 일정을 강행하고 있는 이랜드 입장에서는 시간적 여유를 일부 확보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기존 투자자의 또 다른 축인 앵커에쿼티 또한 이랜드와 콜옵션 행사 문제를 놓고 협상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이랜드는 메리츠금융그룹과의 최근 우호적인 분위기 내세워 콜옵션 행사 시점이 조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jwon@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