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최정우 기자 = "코스피와 달러-원 환율, 세계 각국의 시장상황을 볼 수 있는 전광판입니다. 14미터 크기입니다. 휘도(면적당 밝기 정도)를 더 높이면 형광등처럼 밝아집니다. 작은 LED소자를 연결해 붙여서 손을 대도 뜨겁지 않아 딜링룸 내부 온도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모션 테이블입니다. 버튼만 누르면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죠. 런던의 은행들 트레이딩룸을 보면 대부분 쓰고 있더라고요. 점심 먹고 졸리면 서서 트레이딩할 수 있습니다. 실적이 안 좋으면 의자를 빼버릴 수도 있겠죠?(웃음)"

"키보드를 꽂고, ID를 입력하면 바로 자신만의 책상으로 쓸 수 있습니다. 휴가 때 키보드를 잠가놓으면 보안도 철저하게 지킬 수 있어요. 딜링룸은 휴대폰을 쓸 수 없고, 녹음이 되는 딜링폰을 쓰는데 전화기 한 대에 3천만원 정도 합니다."

KB증권과 KB국민은행이 11일 연합인포맥스에 공개한 트레이딩룸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은행과 증권이 한데 모인 코로케이션(Co-location) 딜링룸으로 각종 스마트 장비들이 갖춰져 있다.

지난해부터 추진된 스마트딜링룸은 지난 6월에 KB증권이 들어오고, 이달 초 KB국민은행의 이사를 끝으로 모습을 갖췄다.

입구에 들어서면 국내 최초로 도입된 대형 LED 전광판에 전세계 주가 지수와 환율이 실시간으로 움직인다.

오며가며 전세계 경기상황을 판단하기에 좋다.

3층부터 5층에 은행이 140여명, 증권이 200여명으로 총 350명의 직원들이 머무르고, 15층에 KB손해보험과 생명보험 운용 파트 50여명이 모여있다.

딜링룸 내부는 쾌적하다.

과거에는 층고가 낮은 딜링룸에서 책상도 다닥다닥 붙어있었지만 지금은 층고가 높고, 깔끔하게 정비됐다.

세련된 인테리어와 널찍한 공간 덕분에 어깨에 결리던 담이 나았다는 직원의 너스레도 나온다.

지급된 키보드를 자판에 끼우면 자동 로그인 창이 뜨는 시스템을 도입해 키보드만 있으면 언제든 자리를 이동할 수 있다.

시장 변동성에 대응해 급한 회의가 열리면 팀별로 한 자리에 모이기도 수월하다.

그렇다고 해서 증권과 은행의 트레이더가 한 공간에 있는 것은 아니다.

같은 기업내에서 내부 정보 교류를 차단하는 엄격한 차이니즈월 때문이다.

각각의 계열사가 한데 모인 딜링룸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이기도 하다.

실제로 벽을 두거나 공간을 구분하고, 출입문을 통제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KB증권 트레이딩룸은 별도의 층을 쓰고, 증권 백오피스와 은행 트레이딩룸은 한 층에 있어도 라운지를 중심으로 양쪽으로 갈라져있다.

입구도 따로 쓰고 간판도 따로 달았다.

전산실은 3층에 별도로 두고 있다. 스위스에서 전문가가 와서 2개월 동안 설치와 점검을 마쳤다.

이 곳도 차이니즈월을 피해갈 수는 없다. 전산실은 증권과 은행이 철망으로 나뉘어 있다.

벽이 아닌 철망을 설치하는 것도 차이니즈월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수차례 논의를 거쳤다.









소통의 공간도 있다.

직원들이 같은 사무실 공간을 사용할 수는 없지만, 중간에 있는 라운지에서 함께 커피를 마시며 쉬거나 간단한 회의를 할 수 있다.

물론 각자의 포지션을 오픈하는 것은 금물이다.

차이니즈월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정보 교류나 소통은 가능한 구조다.

증권, 은행의 역할을 합쳐 시너지가 날 부분을 찾겠다는 스마트 딜링룸의 취지가 묻어나는 곳이다.

김우석 KB국민은행 자본시장기획부 팀장은 "같은 자본시장을 대상으로 하다보니 정보 공유에 시너지가 나는 측면이 있다"면서 "은행과 증권사 간 자산관리(WM), 기업투자금융(CIB) 부문에서도 시장 분석 시각을 나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 은행, 보험이 한 건물에 머무른다 하더라도 실제 업무에서 시너지 효과를 보이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백오피스 직원들의 경우 매주 미팅을 하면서 업무 교류를 하고 있다. 프론트데스크 직원들도 가능할지는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다.

계열사간 직원 교류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지금도 반기마다 계열사 차원에서 직원 교류가 필요한 포지션을 열고, 전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럼에도 트레이딩 부문을 한 건물에 모아놓은 것은 물리적 통합을 넘어 심리적인 통합에도 효과적이다.

2016년 KB증권과 현대증권이 합병한 후 별다른 잡음이 나지 않은 것은 근속 기간이 짧고, 적응이 빠른 증권맨들의 성향도 한 몫했다.

여기에 은행, 보험 직원들까지 합쳐지면서 KB금융그룹의 운용 부문에서 결속을 다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KB금융그룹은 각 계열사의 자본시장 전문가들이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한층 더 깊이 있는 통찰력과 운용역량을 갖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적기에 시장정보를 제공하고 구조화 상품 및 헤지수단 등 맞춤형 솔루션 제공으로 대고객 서비스를 강화함으로써 자본시장 및 자산관리 부문에서 자리매김해 나갈 계획이다.

KB증권은 올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로부터 A-의 신용등급을 받으면서 새로운 업무를 추진할 발판을 다졌다.

하반기 한국은행 외자운용원의 외화채권 거래를 염두에 두고 있는데다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서 발행어음을 위한 단기금융업 인가도 다시 신청할 계획이다.

김태한 KB증권 경영전략팀 과장은 "증권이 3주 먼저 들어왔고, 은행이 지난주에 왔는데 처음에는 서먹하기도 했지만 세일즈나 운용쪽은 시장에서 만난 거래 상대방이 많아 자연스럽게 안면을 트는 등 긍정적 효과를 내는 것 같다"면서 "향후 협업을 위한 부분을 모색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출발점에 선 KB 스마트딜링룸이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한계를 넘을지는 지켜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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