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세계 최대 연기금인 일본 공적연금이 올해부터 액티브 운용기관에 지불하는 보수를 실적에 연동하는 체제를 강화한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11일 보도했다.

운용 성과가 양호하다면 상한선 없이 보수를 지불하지만, 만약 부진하다면 패시브(지수연동형) 운용과 동급으로 보수를 낮춘다는 방침이다.

신문은 미국발 무역전쟁 격화로 주식시장의 불확실성도 높아지고 있다며, 운용 담당자들이 이와 같은 도전 과제들을 넘지 못하면 자신의 인건비도 충당할 수 없게 된다고 우려했다.

◇ 작년 액티브 운용 수익률, 벤치마크 웃돌아

일본 공적연금을 관리하는 연금적립금관리운용독립행정법인(GPIF)은 작년 말 운용자산이 156조3천832억 엔(약 1천577조5천억 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 기관 투자자다.

GPIF가 자가 운용하는 국내 채권 일부(25조1천536억 엔), 대체투자 자산 일부(1천549억 엔)를 제외한 자산은 공모를 통해 정한 외부 운용수탁기관에 운용을 맡긴다.

운용자산 가운데 재정투·융자의 재원인 재투채(財投債)를 제외하면 155조4천868억 엔이 시장에서 운용되고 있다. 대부분 패시브 운용이며, 일부는 액티브 운용이다.

GPIF 운용 자산의 26.03%(약 40조6천995억 엔)이 할당돼 있는 일본 주식투자의 경우 액티브 운용기관 12곳이 총 3조8천920억 엔을, 패시브 운용 기관 6곳은 총 36조8천76억 엔을 맡고 있다.

작년 GPIF의 전체 수익은 10조810억 엔 흑자를 기록해 수익률은 6.90%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일본 국내 주식 수익률은 15.66%였다.

벤치마크인 토픽스 지수(배당 포함)는 15.87% 올랐다. 액티브 운용 수익률은 17.91%로 벤치마크를 웃돌았고 패시브 운용 수익률이 15.44%로 부진했다.

◇ 지난 10년 승률은 50%에 그쳐…'신상필벌' 강화

니혼게이자이는 작년의 경우 액티브 운용이 책임을 완수한 것으로 보이나 지난 10년을 봤을 때는 반반의 승률에 머물렀다고 지적했다. 액티브 운용의 성적이 벤치마크를 상회한 경우가 5번, 하회한 경우가 5번이었다.

GPIF는 2014~2016년 액티브 운용 실적을 분석한 결과 "목표 초과 수익을 달성한 펀드는 소수에 불과했다. 좋은 성적이 아니다"며 혹독한 평가를 내놨다.

공적연금은 그 원인 가운데 하나로 "현행 고정보수나 느슨한 실적연동보수 체제 하에서는 운용성적에 관계없이 보수가 지급돼 버린다"며, 운용수탁기관이 초과 수익을 얻기 위해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짜내는 등의 노력을 할 필요가 없는 구조라고 지적이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GPIF는 실적 연동 보상 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지금까지의 실적 연동 보상은 상한선이 있었고, 상한선과 하한선의 폭이 좁았다. 액티브 운용사의 인건비 등 경영 비용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GPIF는 "기본적으로 패시브 운용으로 연금 재정상 운용 목표 달성이 가능하기 때문에 액티브 운용은 어디까지나 초과 수익을 확신하는 상황에서만 실시돼야 한다"며 "이 같은 점을 고려할 때 성과가 나오지 않는 액티브 운용에 거액의 보수를 지급하는 데 강한 저항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목표 초과 수익을 넘으면 운용 보수가 제한 없이 늘어나지만 반대로 밑돌면 운영 담당자의 인건비조차 나오지 않을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운용 성적 향상에 대한 압박이 심해지면 투자 대상 상장 기업에 부진한 사업 정리, 배당 및 자사주 매입을 강하게 요구할 수 있어 시장 활성화가 이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j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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