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국제경제부 = 11일(미국시간)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격화 여파로 하락 마감했다.

미 국채 가격이 무역전쟁 우려가 다시 커진 영향으로 상승했고, 달러화는 상승했다.

뉴욕 유가는 무역전쟁 우려와 리비아의 수출 재개 소식에 5%대의 하락세를 보이는 등폭락했다.

미국은 전일 2천억 달러 상당의 중국 제품에 대해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관세 위협이 현실이 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무역전쟁 격화 우려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추가 관세 강행에 충격을 받은 중국이 보복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보도했다.

저널은 중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중국의 대미 수입 규모가 크지 않은 만큼 관세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보복할 방안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NATO 정상회담이 진행되는 가운데 유럽과의 긴장도 팽팽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이 러시아에서 에너지를 대거 수입하는 점을 문제 삼으며 '러시아의 포로'라고 하는 등 날 선 발언을 내놨다. 또 NATO 회원국에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4%까지 늘릴 것을 압박했다.

이날 발표된 경제지표는 미국의 물가 압력을 확인했다.

미국 6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월 대비 0.3%(계절조정치) 상승했다. WSJ 조사치는 0.2% 상승이었다. 6월 PPI는 전년 대비 3.4% 상승했는데, 이는 2011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 폭이다.

또 5월 도매재고는 전달 대비 0.6% 증가해 시장 예상 0.5% 증가를 웃돌았다.

한편, 캐나다 중앙은행(BOC)은 이날 기준금리를 1.5%로 25bp 인상했다.



◇ 주식시장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19.21포인트(0.88%) 하락한 24,700.45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19.82포인트(0.71%) 내린 2,774.02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42.59포인트(0.55%) 하락한 7,716.61에 장을 마감했다.

시장 참가들은 미국의 2천억 달러 추가 관세 부과 방침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국제유가가 5% 급락하는 등 원자재 가격이 큰 폭 떨어진 점도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담 참석차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한 가운데도 트위터를 통해 "브뤼셀에 있지만, 항상 우리 농부들을 생각한다. 그들은 15년 동안 힘들었다. 다른 나라의 관세와 무역장벽이 그들의 사업을 파괴했다"며 "너무 빠를 수는 없겠지만, 상황을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농부들에게 평등한 경기장을 제공하기 위해 싸울 것이고 승리할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중국 측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기세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미국 행위는 전형적인 무역 패권주의이며 중국은 필요한 반격을 할 것"이라면서 "합법적인 권익을 결연히 수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주 초반 회복세를 보이던 중국 위안화 가치도 재차 급락하며 시장의 불안을 더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중국 인민은행이 위안화 급락을 방어하지 않는 것은 이를 무역전쟁의 도구로 사용하겠다는 점을 나타내는 것이라는 우려도 내놨다.

이날은 또 트럼프 대통령의 약값 인상 저지로 제약주 부진도 불거졌다.

글로벌 제약회사 화이자는 전일 트럼프 대통령이 약값 인상을 비판하자 인상 계획을 철회했다. 이에 따라 화이자 주가는 물론 바이오젠과 머크 등 주요 제약회사 주가가 동반 약세를 보였다.

서부텍사스원유(WTI)가 5% 폭락하는 등 유가 및 원자재 가격의 불안도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

한편 WSJ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이날 중국 ZTE(중싱통신)가 4억 달러의 결제대금계좌(에스크로) 예치를 완료했다면서 미국 기업과의 사업 재개를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종목별로는 무역전쟁에 민감한 보잉 주가가 1.9% 내렸다. 캐터필러는 3.18% 하락했다. 화이자 주가는 0.6% 내렸다. 엑손모빌 주가는 1.3% 하락했다.

업종별로는 유틸리티를 제외한 전 업종이 내렸다. 유가 폭락으로 에너지주가 2.15% 내려 가장 부진했다. 무역전쟁 우려로 공업 분야도 1.69% 내렸다. 유틸리티는 0.87% 올랐다.

뉴욕증시 전문가들은 무역전쟁 긴장이 다시 커지면서 향후 기업 실적 기간에도 관세의 영향에 대한 시장의 경계심이 유지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TD아메리트레이드의 JJ 키나한 수석 시장 전략가는 "향후 주가의 더 큰 변동성을 예상해야 한다"며 "기업 대표나 재무담당자(CFO)가 관세에 대해서 어떻게 이야기하고, 사업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평가하는지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FF 금리선물 시장은 올해 9월 25bp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82.3% 반영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변동성지수(VIX)는 전 거래일보다 6.17% 상승한 13.50을 기록했다.



◇ 채권시장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미 동부시간) 무렵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 종가보다 2.9bp 하락한 2.844%에 거래됐다.

3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2.5bp 낮은 2.945%를 나타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1.4bp 떨어진 2.578%를 기록했다.

전일 2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6월 13일 이후 하루 상승률로는 최대를 기록하며 2008년 7월 이후 최고치로 올랐지만, 이날 하락했다.

10년물과 2년물의 가격 격차는 전장 28.1bp에서 이날 26.6bp로 축소됐다.

국채수익률은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잠시 소강상태였던 무역전쟁이 전면전으로 치달을 위험이 커졌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의 협상이 중단되고, 협상 재개 계획이 없다는 보도도 우려를 키웠다.

이 영향으로 최근 살아났던 위험자산 선호가 다시 사라지고 안전자산 선호로 기울었다.

이번 주에는 690억 달러 규모의 채권 입찰이 예정돼 있다.

이날 발표된 6월 미국의 생산자물가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시장 예상치도 웃돌았다. 최근 인플레이션 압력이 견고함을 보여주면서 국채수익률은 낙폭을 줄였다.

선라이프 인베스트먼트의 제프리 칸 채권 매니징 디렉터는 "관세가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올릴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제를 둔화시킬 수 있다"며 "10년물에 미칠 영향은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FTN 파이낸셜의 짐 보겔 금리 전략가는 "미국과 중국 수입품 관세 부과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국채 값이 올랐다"며 "관세 부과는 위험자산의 회복세를 저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GAM 인베스트의 라리 해더웨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PPI 수치와 근원 생산자물가가 가속화되면서 이번 주 지표 역시 10년물 수익률을 2.85% 부근에서 안정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 외환시장

연합인포맥스(6411)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현지시각) 무렵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엔화에 달러당 112.04엔을 기록해 전 거래일의 111.26엔보다 올랐다.

달러-엔은 112.17까지 올라, 1월 10일 이후 처음으로 심리적 저항선인 112엔선을 뚫었다.

유로화는 달러화에 유로당 1.1674달러에 움직여 전장 가격인 1.1745달러보다 하락했다.

유로화는 엔화에 유로당 130.80엔을 기록, 전일 130.68엔보다 올랐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반영한 달러지수는 0.7% 오른 94.77을 기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잠시 소강상태였던 무역전쟁이 전면전으로 치달을 위험이 커졌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2천억 달러어치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이 이에 맞대응할 경우 무역전쟁이 전면전에 들어갈 것으로 경고해왔다.

달러와 엔 모두 안전자산으로 여겨지지만, 이날 달러가 엔에 대해 강세를 보인 것은 투자자들이 안전처를 찾는 것보다 미국 경제 믿음을 가지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BK에셋 매니지먼트의 보리스 쉬로스버그 FX 매니징 디렉터는 "달러-엔이 112엔선을 뚫었다는 것은 무역전쟁과 관계없이 시장이 달러에 낙관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유로화는 내년 금리 인상 시점을 두고 위원들 간 의견이 엇갈렸다는 보도에 장 초반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다.

아시아증시, 유럽증시는 물론 미국 증시도 이날 내렸다.

코메르츠방크는 "최근 위험자산 회복세가 끝났다"며 "투자자들은 다시 중국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 중국에 새로운 관세를 부과한 것과 관련해 중국이 충격을 받았고 보복 조치를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한 중국 당국 관계자는 "중국이 분노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미국 수입이 미국의 중국 수입만큼 많지 않아 비슷한 관세로 보복할 수 없으므로 보복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아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 기업들에 허가증을 늦게 줄 수 있고 미국 기업이 연관된 인수합병(M&A)을 허가하는 것을 미룰 수 있고 국경에서 미국 제품의 조사를 더욱 까다롭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위안화는 달러당 6.7216위안까지 하락해 11개월래 최저점인 지난 3일의 6.7344위안에 근접했다.

소시에테 제네랄의 교수케 수주키는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5천억 달러 규모의 관세를 언급했기 때문에 완전히 놀랄 일은 아니었지만, 시장은 필연적으로 반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XE의 미카엘 디아즈 외환 대표는 "대부분의 투자자가 무역전쟁을 보고 있고, 전면적인 무역전쟁은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날 발표된 6월 미국의 생산자물가가 인플레이션 상승을 지지하며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올해 추가 2~3회 금리 인상 전망을 강하게 한 점 역시 달러 상승에 일조했다.

캐나다 중앙은행(BOC)은 이날 기준금리를 1.5%로 25bp 인상했다.

달러-캐나다 달러는 금리 인상 직후 1.3062캐나다 달러까지 내리기도 했지만, 예상됐던 인상인 데다 BOC의 스탠스가 매파적이지는 않다는 평가로 재차 반등했다.

달러-캐나다 달러는 금리 인상 결정 이전인 1.3150캐나다 달러 수준으로 반등해 거래됐다.



◇ 원유시장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3.73달러(5.0%) 폭락한 70.38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브렌트유는 6.7% 급락한 배럴당 73.56달러에 거래되는 등 원유 시장이 요동쳤다.

원유 시장 참가자들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격화가 원유 시장 및 글로벌 경제에 미칠 파장과 공급 차질 이슈를 주목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위험회피 심리는 물론 무역전쟁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로 원유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부상했다.

여기에 중국이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 시 미국 원유에도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던 만큼 이에 대한 부담도 커졌다.

중국은 미국 원유의 가장 큰 수입국이다.

여기에 리비아에서도 원유 수출이 재개될 것이란 소식이 나왔다.

리비아 국영 석유공사(NOC)는 네 개 원유 수출 항구의 수출 불이행(force majeure) 선언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NOC는 "몇 시간 이내로 생산 및 수출이 평상시 수준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밝혔다.

리비아의 원유 생산은 지난 2월 하루평균 128만 배럴로 증가했던 데서 최근에는 52만7천 배럴 수준으로 급감했다.

경제위기로 원유 생산이 줄어들고 있는 베네수엘라와 더불어 리비아 생산 감소는 그동안 유가 상승의 핵심 동력이었다.

이란 원유 수출 감소분을 산유국들의 증산을 통해 보충할 수 있다고 해도 리비아나 베네수엘라 등에서의 생산 차질까지 상쇄하지는 못할 것이란 분석이 유가 상승을 지지했다.

산유국의 여유 생산능력이 그만큼 충분하지는 않다는 견해가 팽배했다.

어게인 캐피탈의 존 킬두프 파트너는 "리비아 생산 재개는 여유 생산능력과 관련한 논의를 변화시킬 것"이라고 평가했다.

산유국의 증산에 대한 부담도 유가 하락을 거들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내년 비OPEC 산유국의 생산량이 하류평균 210만 배럴 늘어날 것으로 봤다. 미국이 생산 확대를 이끌 것으로 봤다.

OPEC은 원유 수요는 올해보다 하루 평균 145만 배럴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봤다. 올해 165만 배럴 증가보다 수요가 둔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또 무역전쟁이 심화할 경우 원유 수요가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덧붙였다.

OPEC은 "세계 경제가 예상보다 좋아서 원유 수요가 증가한다면 OPEC은 시장 안정을 위해 충분한 공급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사우디아라비아는 6월에 생산량을 하루평균 50만 배럴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OPEC 회원국의 산유량은 17만3천 배럴 늘었다.

반면 이날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주 원유재고가 1천263만 배럴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 360만 배럴 감소보다 훨씬 큰 폭으로 줄었다.

이에 따라 WTI 등 국제유가가 일시적으로 낙폭을 줄이기도 했지만, 전방위적인 하락 압력을 상쇄하기는 역부족이었다.

원유시장 참가자들은 무역전쟁이 어느 정도의 파문을 일으킬지 주의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CMC마켓츠의 마이클 맥카시 수석 시장 전략가는 "무역전쟁 우려가 오늘 시장을 급습했다"며 "만약 2천억 달러 추가 관세도 발효된다면 글로벌 성장과 원유 수요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ysyoon@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