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주 52시간 근무제가 아직은 낯선 한국인과 달리 주 40시간을 근무하며 한 달 휴가쯤은 전혀 눈치 보지 않고 쓸 것 같은 미국인들은 실제 휴가를 얼마나 갈까.

지난해 미국인들은 17.2일을 휴가로 썼다. 2016년보다는 0.4일 늘었다.

최근 Project: Time Off의 '2018 미국인 휴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휴가는 2014년에 16.0일로 최저치를 찍은 뒤 3년 연속 증가했다. 2013년 이후 최대로 휴가를 사용했지만, 1978~2000년 평균인 20.3일에 못 미친다.

미국 근로자들은 지난해 23.2일의 유급휴가를 받았다. 2016년의 22.6일에 비해 0.6일 늘었다.

휴가를 더 많이 받고 더 많이 가지만, 휴가를 다 쓰지 못한 미국인은 절반 이상이나 됐다. 휴가를 남겨 놓은 미국인은 지난해 52%였다. 2016년 54%, 2015년 55%와 비교하면 줄었다.









이들이 휴가를 못 가는 이유는 '내 자리가 없어질까 봐'(61%)로 가장 많았다. 업무 과도와 대체 인력 부족이 56%로 뒤를 이었다.

휴가를 쓸 때 눈치를보는 경우도 많았다.

미국인 62%는 회사가 휴가 의욕을 꺾고, 휴가에 대해 애매모호한 메시지를 주거나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그런 침묵이 직원들에게는 불확실성이다. 40%는 회사가 휴가를 모두 사용하길 원하는지 확신할 수 없거나 원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반면 경영자나 고위 임원 70%는 회사가 휴가를 다 쓰길 원한다고 답했다. 직원들이 '번아웃'(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 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며 무기력해지는 현상)을 느끼고 그만두겠다고 말하지 않도록 최대한 배려하고 있다고 믿는다.

대안으로 '워케이션(workcation)'이란 말도 생겨나고 미국인들의 수요는 늘고 있다. 일(work)과 휴가(vacation)의 합성어로, 직원들이 사무실 대신 휴가지에 노트북을 들고 가서 일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는 10%만이 워케이션을 했지만, 나머지도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특히 인구통계학적으로 보면 젊은 세대들이 더 워케이션에 호의적이었다. 밀레니얼 세대 39%, X세대는 28%가 워케이션에 관심이 있었다. 반면 베이비 부머의 관심은 18%로 상대적으로 적었다.

휴가는 개인이 단순히 가고 안 가고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보고서는 휴가는 경제적으로도 어마어마한 파급력을 낳는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미국인이 0.4일 휴가를 더 쓴 것은 미국 경제에 307억달러의 효과를 가져왔다는 분석이다. 또 21만7천200개의 직, 간접 일자리를 만들고, 미국인에게 89억달러의 추가 수입을 준다.

52%가 쓰지 못한 휴가는 7억500만일에 달한다. 유급휴가로 따지면 2억1천200일을 미국인들은 잃었다. 이는 522억달러의 손실에 해당한다. 이는 지난해 노동자들이 1인당 561달러를 고용주에게 기부했다는 뜻이 된다.

올해 미국 고용시장은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실업률은 지난 5월 18년 만에 최저수준인 3.8%를 찍으며 사실상 완전 고용상태로 들어갔다.

좋은 고용 상황 속에서 좀 쉬게 해달라(Gimme a break)는 많은 미국 노동자들의 외침이 올해는 줄어들 수 있을까.(곽세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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